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쏠림 현상과 출혈 경쟁을 질타하자 행장들이 발빠르게 화답했다.

권 부총리의 경고에 순응하듯 은행장들이 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일 월례조회를 통해 '금리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금리로만 경쟁한다면 당장은 고객을 유치하고 은행의 자산을 쉽게 키울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객을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해 엄청난 대가를 수반할 것"이라며 "금리로 경쟁하기보다 고객을 선별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대출,중소기업 대출,외화 대출 등 자금 운용의 쏠림 현상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양적 규모의 증대가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 역시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차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엔 내실을 다지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고,좀더 긴 안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환경 변화로 금융 빅뱅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종합 금융그룹화와 해외 진출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합 금융그룹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나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동일한 수익 모델로 경쟁하면서 '제살 깎기식 출혈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은행 모두 단기 성과에 집착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보다 손쉬운 외형 확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