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들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를 좌우할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가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국제협약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에 가입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3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최근 5년 새 급격히 높아졌으며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기초로 구매 결정을 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아무리 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환경 오염을 일으키거나 부정부패 연루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대표적 분야로는 음식료 업종이 꼽혔다.

미국에서 친환경 유기농 제품 판매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간 15~21%씩 늘어나는 반면 일반 제품은 2~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윤리적 소비자'라는 잡지는 동물 가죽으로 제품을 만든 회사나 지구 온난화에 신경을 쓰지 않는 기업들의 명단을 정해 놓고 소비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매킨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제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지갑을 들고 기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앞으로 5년 후 기업 경영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계층을 묻는 질문에도 '소비자'를 지목한 CEO가 전체의 50%로 가장 많았다.

종업원과 미디어,시민단체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이처럼 커지면서 주주들과의 상충 문제로 고민하는 CEO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 노동 등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과제들은 장기적 효과를 기대한 일종의 '선행 투자'인 반면 주주들의 요구는 대부분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CEO들은 앞으로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현지의 열악한 교육 시스템으로 인한 '우수 인력 부족 현상'(50%)을 첫손 꼽았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에서 이 같은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CEO들은 "인도의 경우 7년 정도 경력자의 25%,재무·회계 전공자의 15%만 글로벌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인도 진출 기업이 더 늘어나면 쓸 만한 인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정부의 약한 통제력,빈발하는 분쟁,관료층의 부패 등 '취약한 공공행정 부문'(44%)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38%)도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 '윤리적 소비자'란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은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에서 출발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지 말자는 사회적 요구가 소비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는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가격 대비 품질을 따져 구매 결정을 내리는 기존 '합리적 소비자'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