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대학만 겨냥하겠다는 뜻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국내 대학들을 압박한 게 민사고 전략수정의 배경이 됐다.
민사고의 속사정을 보면 왜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민사고 국내 진학반 75명 중 6명만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이 높은 정시로 간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5명이 내신을 거의 보지 않는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고,나머지 한 명은 삼수 끝에 수능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하는 '비교내신'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올해의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어둡다.
정부의 방침대로 올해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진학생 수가 3명을 넘지못할 것이라는 게 민사고 측의 판단이다.
김정무 진학담당 교사는 "우수학생을 뽑아놓고 좋은 대학에 못 보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앞으로는 국내 대학보다 해외 대학 쪽에 초점을 맞춰 진학지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민사고 국내 진학반 정원은 총 60명.이중 24명이 인문계,36명이 자연계다.
가뜩이나 적은 국내 진학반 학생들이 둘로 나뉘는 데다 그 학생들도 다 같이 듣는 수업이 적어 과목별 등급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2008학년도 방식을 적용하면 아예 1등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점수를 기준으로 내신을 산출했던 지난해에는 없었던 새로운 복병이 생긴 셈이다.
김 교사는 "10명만 수업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며 심지어 한 명만 듣는 과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에 비해 내신 등급이 안 나오는 것도 억울한데 여기에 '정원부족'이라는 족쇄까지 따라붙는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동안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대학들이 작은 것(내신제도)에 집착해 큰 것(인재)을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