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 일대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자통법은 증권·선물·자산운용으로 나누어진 자본시장 내 금융업 간 장벽을 허물어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또 금융상품의 포괄주의와 투자자보호 선진화 등으로 자본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여 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통법의 본격적인 시행은 2009년 초이지만 이미 증권업계는 M&A(인수합병)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또 외국 거대 IB들과 맞서 싸울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비롯한 자기자본 확충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에 남은 1년6개월은 생존을 위한 격동의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록 증권협회 상무는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증권업계는 전문 인력을 키우고 업계 내 구조조정과 전문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몸집 불리기
대형사들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태세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4~5개 금융투자회사가 IB 역할을 하면서 경쟁하고 나머지는 매매, 중개, 자산운용 등 특화된 전문 분야의 영업을 하는 소규모 회사들이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M&A를 통한 거대화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해 키우기에는 1년6개월이란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증권업계 M&A 불씨는 이미 달아올랐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한누리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형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투자·한국투자·메리츠·NH투자·서울 등 여타 증권사들도 CEO(최고경영자)들이 공공연히 M&A 추진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증권까지 국내외 증권사 M&A 움직임에 동참하고 나섰다.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영역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거래의 강점을 가진 키움이나 이트레이드증권,중소기업 대상 기업금융 업무를 발굴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교보증권,채권 쪽에 특화돼 경쟁력을 보유한 한누리투자 SK 한화증권 등은 이런 관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자기자본 확충이 관건이다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는 자기자본 확충의 일환이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와의 싸움에서 '실탄'이 있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자기자본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째 4000억원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 기간 구조조정을 거친 국내 은행은 평균 자기자본이 1999년 1조5000억원대에서 2006년 4조4000억원대로 불었다.
외국 증권사와 비교해도 형편없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합계는 20조2000억원으로 일본 노무라홀딩스(17조원) 한 개사보다 조금 많다.
미국 메릴린치(35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기자본이 2조원을 넘는 국내 증권사는 우리투자·대우증권 단 2개사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증권사들은 증자를 단행했다.
굿모닝신한 등 7개사는 2006회계연도에 952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 3월 이후에도 3개사가 자본금을 5090억원가량 늘렸다.
이러한 자기자본 늘리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신증권도 최근 2011년까지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승부건다
증권사들은 자본 확충과 동시에 IB업무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대우증권은 글로벌IB 외부 전문가 영입을 진행 중이며 해외 법인을 해외사업 추진의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현정수 대우증권 상무는 "정부는 외국계 선진 IB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며 "이러한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선진IB와의 네트워크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ABN암로와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싱가포르에 IB센터와 중국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한국투자·CJ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자본시장통합법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하는 등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삼성증권은 2010년까지 IB 관련 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상품의 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회사는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그 만큼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정종태/서정환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