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바트화 환율 폭락으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가 10주년을 맞았다.

아시아 국가들이 10년 전과 비슷한 경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환경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강해지고 튼튼해졌다는 분석이다.

3일 모건스탠리증권의 말콤 우드 아시아지역 수석전략가는 "아시아 지역의 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다 회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GDP 대비 아시아의 비중이 14.7%로 1997년 11.7%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우드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벨류에이션과 고조되고 있는 투자 열기 등은 과거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인플레와 금리 수준이 낮다는 점 등에서 많은 차이점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전 아시아 지역의 CPI(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는 5.3%에 달했으나 최근 3년간 평균은 2.2%에 머물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올해와 내년 CPI 인플레 수준도 3.3~3.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드 연구원은 "업종이 훨씬 더 다양화된데다 경쟁력 있는 환율과 높은 저축율 등이 뒷받침되면서 수출 경제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GDP 대비 투자율(investment-to-GDP ratio)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금융 시스템내 유동성이 풍부해졌으며, 기업들의 체력도 훨씬 더 강해졌다고 분석.

그는 특히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이 대폭 개선된데다 자금 집행 전략도 더 합리적이며, 레버리지 비율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금리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 가격 역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뛰어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우드 연구원은 아시아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가 14.9배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 대비 프리미엄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배였던 주가자산비율(P/BV)는 2.6배로 오히려 높아졌으며, 낮아진 금리와 비교할 때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는 10년간의 위기극복 성과가 고스란히 자산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

다만 우드 연구원은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다시 한번 다가올 '황금시대'에 할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