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첫선을 보인 할리우드 액션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의 속편이 12년 만에 개봉된다.

올해 52세인 부루스 윌리스가 여전히 주연을 맡은 '다이하드 4.0'.

물론 시대가 변한 만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부루스 윌리스)은 이제 다 자란 사춘기 딸을 구해야 하는 중년이 됐다.

그가 맞서야 하는 상대도 테러리스트가 아닌 해커다.

해커들이 미국을 공격하는 이유는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돈이다.

그러나 해커 두목의 말처럼 존 맥클레인은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다.

부루스 윌리스는 전과 다름없이 온몸을 던지는 '아날로그' 액션을 선보인다.

나이 핸디캡을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거칠고 공격적이다.

'이제 여자도 봐줄 필요가 없는 시대'라고 말하려는지 해커 부두목인 늘씬한 메이 린(매기 큐)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정도로 인정사정(?)없다.

존 맥클레인을 돕는 어리숙한 해커 매튜 패럴(저스틴 롱)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주선하는 수준이다.

개성없는 다른 조연들의 비중도 낮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직접 나서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존 맥클레인의 영웅론처럼 '다이하드' 시리즈는 부루스 윌리스를 빼놓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들게 한다.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자동차나 F35전투기의 추격을 따돌리는 대형 트럭,엘리베이트 통로에 낀 차 안의 격투 등은 '다이하드' 시리즈에 걸맞은 멋진 장면들이다.

신선함은 떨어질지 몰라도 요즘 대세를 이루는 컴퓨터 그래픽 위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마치 전자음이나 립싱크를 배제하고 추억의 노래를 선사하는 '언플러그드(Unplugged)' 공연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17일 개봉.12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