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찬]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아타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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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의 심장부, 뉴욕이 인정한 한국인 사진작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진 전시관 세계사진센터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연 작가. 아티스트 김아타(Atta Kim)를 수식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최고’라는 의미가 수맥처럼 흐르고 있다. 최근에는 빌게이츠가 마이크로 소프트 갤러리를 통해 그의 작품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아타는 자신이 이루어낸 최고의 자리를 누군가가 치고 들어올 틈도 없이 스스로 갱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독보적인 아티스트란 뜻이다. 무엇이 그를 최고로 만든 것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한국CEO연구소(대표 강경태)가 주관하는 저자와의 만찬, 그 여덟 번째 시간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았다. '뉴욕타임즈'는 김아타를 두고 “철학적 사고가 극히 참신한 작가”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저자와의 만찬을 통해 그의 철학적 세계관과 예술관인 ‘아타이즘’을 만날 수 있었다. ‘아타이즘’의 넓고 깊은 정신영역이 사진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아타는 사진작가를 넘어서서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아티스트였고, 예술을 넘어서는 철학가에 다름 아니었다.
김아타의 저서 'ON-AIR'와 '물은 비에 젓지 않는다'는 그가 형성한 세계의 일부를 맛보게 해 준다.
1. 선생님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김아타에게 있어서 사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을 말하고자 하거나 사진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게 전혀 아니라는 거죠.
저에게 사진은 숟가락과도 같은 것입니다. 죽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한번 드셔보세요. 당연히 숟가락으로 먹는 게 편하겠죠. 제게 있어서 사진은 이런 숟가락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진은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철학적인 것들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하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저는 그저 무엇이든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니까요. 의식적으로 하게 되면 훌륭한 작업은 할 수 없습니다.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쌓이다보면 엄청나게 간격이 커집니다.
2. 작품구상을 하는 기간 동안은 카메라와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나요?
평상시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숟가락 얘기를 해보죠. 우리는 숟가락을 항상 가지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밥을 먹을 때, 다시 말해서 필요할 때만 숟가락을 사용하죠. 카메라 역시 도구입니다. 물론 보도사진, 신문사진을 찍을 경우는 항상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찬스를 포착해내는 스냅사진을 찍는 경우에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느낌, 사유들을 속에서 완전히 녹인 다음에 사진으로 표현하는 경우에는 사진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불필요합니다. 일단 카메라가 무겁기도 하고요. (웃음) 카메라가 항상 곁에 있으면 가볍게 사물을 찍게 되는 단점도 있죠.
그보다 내가 무엇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세상을 해석해서 쏟아내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만들 만한 ‘꺼리’가 많다는 거죠.
제 저서 중에 ‘종이가 커피를 마신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건 그냥 종이에 커피를 부은 행위였습니다. 그때는 각본이나 카메라 없이 종이와 커피만 있었거든요.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커피를 종이에 부으려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커피를 찍기에 바빴을 겁니다. 카메라는 무조건 찍기 바쁘게만 만들기 때문에 ‘종이가 커피를 마신다’는 자유로운 발상자체를 막게 됩니다. 그런 발상이야말로 살아있는 예술인데 말이죠.
3. 사진학과를 지망하는 고3 학생입니다. 사진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다른 차원으로 편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제가 진학지도를 할 일이 있으면 사진학과를 가지 말고 다른 공부를 하라고 권합니다. 사진을 전공하라고 권하진 않아요. 만약 하늘이 두 쪽 나도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권합니다.
한 인간의 의식이 굳기 시작하는 시기가 청소년 때거든요. 먼저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할 청소년들에게 입시를 위해 주제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겠죠. 그리고 사진과에 진학해서 과제를 하다보면 거기에 치여서 사유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현 교육의 문제점인 거죠.
예술을 하려면 나이가 50이나 60, 혹은 70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회화, 사진, 시나리오작가 등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욕심을 내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자신의 ‘코드’만 바꿔주면 되거든요.
그전에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유리한가 생각했을 때 정답이 되는 것이 인문학 공부입니다. 제 책을 보면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진작가로 성공하게 됐냐는 질문 얘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제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전공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기존의 공간에서 헤어 나온다는 건 천지가 개벽해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사유가 가장 자유로운 시기에 교육의 패턴에 얽매이는 건 부정적인 거죠.
문화선진국에서는 한 작품을 앞에 두고 손자, 친구, 자식과 함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토론하고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온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문화를 잘 접하지 않는 우리들과의 차이점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행위에 대한 차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차라리 다른 공부를 해서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라고 말하는 겁니다.
4. 일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예술을 한다고 하면 먹고 사는 문제와 충돌이 일어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인간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합니다. 가끔은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 달만 해보세요. 어디서 밥이 나옵니까? 일은 그냥 단순히 동물의 본능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 생각을 하고 나머지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 됩니다.
철학적으로 풀어 보자면 일을 자연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누군가는 비행기를 만들고 접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사를 움직이는 한 면을 자연과학으로 보면 그 반대편을 정신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탈이 생깁니다. 평소에는 일을 하더라도 휴일에는 여행을 가고 미술관에 가는 활동을 통해 균형을 맞출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적극적인 정신과학 행위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게 예술 행위라고 봅니다.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일상적입니다. 자신하고 먼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균형의 추가 어디에 더 많이 치우쳐져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일에 치중할 수도 있고 혹은 예술가의 길로 들어 설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은 이미 예술가일수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고통스러워야지 예술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고통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이상을 생각하겠습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책무를 다하면서 거기서 코드만 예술 쪽으로 바꾸면 되는 거죠.
어떤 소스가 주었을 때 그것을 조금만 바꾸어도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작품이 정말 좋고 훌륭해진다면 당장 작품을 사는 사람이 생기겠죠. 더 이상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짓는 행위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살아온 에너지를 예술적 코드로 어떻게 전환 시키느냐가 중요하지 주말에만 사진을 찍는 다고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취미로 찍는 사진과 작품성 있는 예술 사진은 어떻게 다릅니까?
요즘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하는데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것은 예술과 생활의 구분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죠. 결국 이건 예술사진이고 저건 예술사진이 아니라는 구분 자체가 없는 겁니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들을 모두 모아서 재조합하거나 모자이크 하거나 변화시키면 이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거죠. 조합하지 않더라도 사진의 역사성이라든지 시기성에 따라서 예술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의미부의를 하느냐, 그리고 어떤 곳에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도 예술의 오브제가 되죠. 그런데 같은 사물을 찍어도 아마추어가 찍는 것보다 아티스트가 찍어야 고가로 거래되는 이유가 뭘까요? 행위자의 모든 것, 다시 말해서 이상과 사상, 정서, 감정 등이 사진에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플러스알파가 되는 것이죠. 그 깊이를 어떻게 채우는가가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길입니다.
6. 우리나라는 예술가가 되려면 타고 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죠? 만약 1%가 천재성이고 99%가 노력이라고 한다면 인간에게 너무 가혹한 말이 됩니다. 그건 잘못 된 개념이고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뇌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쓰느냐 하는 발상전환의 문제지 99%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야지 성과가 나타납니다. 그것이 제가 말한 인문학적인 요소입니다.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깜짝 놀랄 작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죠. 그걸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대화입니다. 대화는 이 세상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차원이 아닙니다. 새로움을 찾아내는 대화라는 거죠. 범위를 좁혀서 인물에 대해 하루 동안 고민을 하는 것도 대화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좀 다르죠. 대화를 좀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인물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그 인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나오겠죠? 그걸 노트에 쓰는 겁니다. 험하게 막 쓸 수 있는 노트를 준비해서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습니다. 30분정도 쓰면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생각이 바닥나게 되는데요. 이런 대화를 통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지나면 새로움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이때 이 새로움을 주워 담으면 됩니다. 이것을 쓸어 담을 때 사발에 담느냐 아니면 세련된 그릇에 담느냐 하는 것이 메커니즘적인 요소입니다. 디카로 찍느냐 아니면 고급 사진기로 찍느냐와 같은 것이죠.
7. 저는 항상 제 기준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고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면 어두운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그 틀을 깨는 방법이 없을까요?
똑같은 사물을 봐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릅니다. 인간의 일생 중에는 세상을 네거티브하게 보는 시기가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올 수도 있고 나이 30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를 단순히 안아버리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것은 상처입니다.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어떤 틀입니다. 사람들은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죠? 하지만 벗어 나야합니다. 새로움을 얻고자 한다면 말이죠.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처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로 가야 합니다. 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것이고 말이죠. 다시 말해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로움은 곧 상처이고 예술행위는 자신이 받는 상처를 덜어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신적으로 승화시키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8. ‘김아타’란 이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름은 ‘나 아’자에 ‘다를 타’를 쓰고 있습니다. 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작업을 하던 중에 이름을 바꾸게 됐는데요. ‘나와 네가 동일하다’라는 개념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라는 의도에서 지은 것이죠. 소극적으로 이야기하면 개체존재론적인 의미에서 같다는 것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우주라는 뜻이 됩니다.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지 않습니까? 세상 모든 것에 편차를 두지 않고 다 안을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입니다.
글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HiCEO팀 작가 이주영
사진 : 한경닷컴 김주연
동영상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HiCEO팀 감독 박정희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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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타는 자신이 이루어낸 최고의 자리를 누군가가 치고 들어올 틈도 없이 스스로 갱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독보적인 아티스트란 뜻이다. 무엇이 그를 최고로 만든 것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한국CEO연구소(대표 강경태)가 주관하는 저자와의 만찬, 그 여덟 번째 시간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았다. '뉴욕타임즈'는 김아타를 두고 “철학적 사고가 극히 참신한 작가”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저자와의 만찬을 통해 그의 철학적 세계관과 예술관인 ‘아타이즘’을 만날 수 있었다. ‘아타이즘’의 넓고 깊은 정신영역이 사진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아타는 사진작가를 넘어서서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아티스트였고, 예술을 넘어서는 철학가에 다름 아니었다.
김아타의 저서 'ON-AIR'와 '물은 비에 젓지 않는다'는 그가 형성한 세계의 일부를 맛보게 해 준다.
1. 선생님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김아타에게 있어서 사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을 말하고자 하거나 사진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게 전혀 아니라는 거죠.
저에게 사진은 숟가락과도 같은 것입니다. 죽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한번 드셔보세요. 당연히 숟가락으로 먹는 게 편하겠죠. 제게 있어서 사진은 이런 숟가락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진은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철학적인 것들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하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저는 그저 무엇이든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니까요. 의식적으로 하게 되면 훌륭한 작업은 할 수 없습니다.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쌓이다보면 엄청나게 간격이 커집니다.
2. 작품구상을 하는 기간 동안은 카메라와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나요?
평상시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숟가락 얘기를 해보죠. 우리는 숟가락을 항상 가지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밥을 먹을 때, 다시 말해서 필요할 때만 숟가락을 사용하죠. 카메라 역시 도구입니다. 물론 보도사진, 신문사진을 찍을 경우는 항상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찬스를 포착해내는 스냅사진을 찍는 경우에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느낌, 사유들을 속에서 완전히 녹인 다음에 사진으로 표현하는 경우에는 사진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불필요합니다. 일단 카메라가 무겁기도 하고요. (웃음) 카메라가 항상 곁에 있으면 가볍게 사물을 찍게 되는 단점도 있죠.
그보다 내가 무엇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세상을 해석해서 쏟아내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만들 만한 ‘꺼리’가 많다는 거죠.
제 저서 중에 ‘종이가 커피를 마신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건 그냥 종이에 커피를 부은 행위였습니다. 그때는 각본이나 카메라 없이 종이와 커피만 있었거든요.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커피를 종이에 부으려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커피를 찍기에 바빴을 겁니다. 카메라는 무조건 찍기 바쁘게만 만들기 때문에 ‘종이가 커피를 마신다’는 자유로운 발상자체를 막게 됩니다. 그런 발상이야말로 살아있는 예술인데 말이죠.
3. 사진학과를 지망하는 고3 학생입니다. 사진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다른 차원으로 편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제가 진학지도를 할 일이 있으면 사진학과를 가지 말고 다른 공부를 하라고 권합니다. 사진을 전공하라고 권하진 않아요. 만약 하늘이 두 쪽 나도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권합니다.
한 인간의 의식이 굳기 시작하는 시기가 청소년 때거든요. 먼저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할 청소년들에게 입시를 위해 주제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겠죠. 그리고 사진과에 진학해서 과제를 하다보면 거기에 치여서 사유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현 교육의 문제점인 거죠.
예술을 하려면 나이가 50이나 60, 혹은 70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회화, 사진, 시나리오작가 등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욕심을 내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자신의 ‘코드’만 바꿔주면 되거든요.
그전에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유리한가 생각했을 때 정답이 되는 것이 인문학 공부입니다. 제 책을 보면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진작가로 성공하게 됐냐는 질문 얘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제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전공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기존의 공간에서 헤어 나온다는 건 천지가 개벽해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사유가 가장 자유로운 시기에 교육의 패턴에 얽매이는 건 부정적인 거죠.
문화선진국에서는 한 작품을 앞에 두고 손자, 친구, 자식과 함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토론하고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온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문화를 잘 접하지 않는 우리들과의 차이점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행위에 대한 차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차라리 다른 공부를 해서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라고 말하는 겁니다.
4. 일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예술을 한다고 하면 먹고 사는 문제와 충돌이 일어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인간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합니다. 가끔은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한 달만 해보세요. 어디서 밥이 나옵니까? 일은 그냥 단순히 동물의 본능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 생각을 하고 나머지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 됩니다.
철학적으로 풀어 보자면 일을 자연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누군가는 비행기를 만들고 접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사를 움직이는 한 면을 자연과학으로 보면 그 반대편을 정신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탈이 생깁니다. 평소에는 일을 하더라도 휴일에는 여행을 가고 미술관에 가는 활동을 통해 균형을 맞출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적극적인 정신과학 행위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게 예술 행위라고 봅니다.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일상적입니다. 자신하고 먼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균형의 추가 어디에 더 많이 치우쳐져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일에 치중할 수도 있고 혹은 예술가의 길로 들어 설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은 이미 예술가일수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고통스러워야지 예술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고통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이상을 생각하겠습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책무를 다하면서 거기서 코드만 예술 쪽으로 바꾸면 되는 거죠.
어떤 소스가 주었을 때 그것을 조금만 바꾸어도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작품이 정말 좋고 훌륭해진다면 당장 작품을 사는 사람이 생기겠죠. 더 이상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짓는 행위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살아온 에너지를 예술적 코드로 어떻게 전환 시키느냐가 중요하지 주말에만 사진을 찍는 다고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취미로 찍는 사진과 작품성 있는 예술 사진은 어떻게 다릅니까?
요즘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하는데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것은 예술과 생활의 구분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죠. 결국 이건 예술사진이고 저건 예술사진이 아니라는 구분 자체가 없는 겁니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들을 모두 모아서 재조합하거나 모자이크 하거나 변화시키면 이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거죠. 조합하지 않더라도 사진의 역사성이라든지 시기성에 따라서 예술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의미부의를 하느냐, 그리고 어떤 곳에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도 예술의 오브제가 되죠. 그런데 같은 사물을 찍어도 아마추어가 찍는 것보다 아티스트가 찍어야 고가로 거래되는 이유가 뭘까요? 행위자의 모든 것, 다시 말해서 이상과 사상, 정서, 감정 등이 사진에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플러스알파가 되는 것이죠. 그 깊이를 어떻게 채우는가가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길입니다.
6. 우리나라는 예술가가 되려면 타고 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죠? 만약 1%가 천재성이고 99%가 노력이라고 한다면 인간에게 너무 가혹한 말이 됩니다. 그건 잘못 된 개념이고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뇌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쓰느냐 하는 발상전환의 문제지 99%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야지 성과가 나타납니다. 그것이 제가 말한 인문학적인 요소입니다.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깜짝 놀랄 작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죠. 그걸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대화입니다. 대화는 이 세상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차원이 아닙니다. 새로움을 찾아내는 대화라는 거죠. 범위를 좁혀서 인물에 대해 하루 동안 고민을 하는 것도 대화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좀 다르죠. 대화를 좀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인물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그 인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나오겠죠? 그걸 노트에 쓰는 겁니다. 험하게 막 쓸 수 있는 노트를 준비해서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습니다. 30분정도 쓰면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생각이 바닥나게 되는데요. 이런 대화를 통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지나면 새로움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이때 이 새로움을 주워 담으면 됩니다. 이것을 쓸어 담을 때 사발에 담느냐 아니면 세련된 그릇에 담느냐 하는 것이 메커니즘적인 요소입니다. 디카로 찍느냐 아니면 고급 사진기로 찍느냐와 같은 것이죠.
7. 저는 항상 제 기준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고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면 어두운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그 틀을 깨는 방법이 없을까요?
똑같은 사물을 봐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릅니다. 인간의 일생 중에는 세상을 네거티브하게 보는 시기가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올 수도 있고 나이 30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를 단순히 안아버리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것은 상처입니다.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어떤 틀입니다. 사람들은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죠? 하지만 벗어 나야합니다. 새로움을 얻고자 한다면 말이죠.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처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로 가야 합니다. 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것이고 말이죠. 다시 말해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로움은 곧 상처이고 예술행위는 자신이 받는 상처를 덜어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신적으로 승화시키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8. ‘김아타’란 이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름은 ‘나 아’자에 ‘다를 타’를 쓰고 있습니다. 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작업을 하던 중에 이름을 바꾸게 됐는데요. ‘나와 네가 동일하다’라는 개념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라는 의도에서 지은 것이죠. 소극적으로 이야기하면 개체존재론적인 의미에서 같다는 것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우주라는 뜻이 됩니다.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지 않습니까? 세상 모든 것에 편차를 두지 않고 다 안을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입니다.
글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HiCEO팀 작가 이주영
사진 : 한경닷컴 김주연
동영상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HiCEO팀 감독 박정희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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