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후(한국시간 3일 오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방문하는 등 이날 자정까지 IOC 위원들을 상대로 득표 활동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과테말라시티에 도착,로게 위원장 면담을 시작으로 득표전에 가세하면서 유치 경쟁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개최지 후보 국가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유치 경쟁에 참여하는 '대통령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30여분간 자크 로게 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IOC 위원들과의 면담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로게 위원장이 묵고 있는 숙소를 직접 찾아 한국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전했다.

노 대통령은 "올림픽이 한국의 발전과 시민의식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고 밝힌 뒤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의 풍토가 매우 투명하다고 말했다.

로게 위원장은 "평창이 준비를 잘하고 있는 데 대해 축하한다"면서 "한국이 세계 스포츠계와 올림픽에 기여한 바를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이건희,박용성 IOC 위원과 한승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한·과테말라 정상회담,로게 위원장 면담에 이어 이날 밤 늦게까지 IOC 위원들을 연쇄적으로 만나며 막판 표심을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거의 자정 무렵까지 촘촘하게 면담 계획이 짜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판까지 다양한 득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의 강력한 경쟁 도시인 러시아 소치의 득표 활동을 총지휘하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과테말라에 도착하면서 IOC 총회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수십 명의 비밀 경호원들과 과테말라 현지 경찰의 호위 속에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에 짐을 푼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그는 오스카르 베르셸 과테말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동,각국 IOC 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소치 유치위는 '푸틴 대통령은 유치위의 캡틴'이라고 말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가세에 들뜬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이 묵게 되는 메리어트 호텔이 청와대 기자단의 숙소와 겹치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 측 유치활동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측이 호텔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측이 IOC 총회장 주변의 안전 지대인 '그린 존(Green Zone)' 안팎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과 함께 우리 측 주요 인사에 대한 동향 파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정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도 중무장한 군인들을 호텔 주변에 배치하고 호텔 앞 도로의 차량 통제와 호텔 출입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호텔 주변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테말라시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