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연면적 39만㎡(11만여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인 '삼성타운'이 들어서면서 주변의 전세 아파트가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일대 상가가 잘 될 것이라는 전망에 아파트 전세금을 빼 창업하려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삼성타운이 들어선 강남역 주변은 사무실과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어서 원래 월세 아파트 수요가 다른 동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지만,삼성타운 입주를 앞둔 지난 3월부터 눈에 띠게 늘었다.

월세를 받고 싶어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전세금을 빼 창업하려는 세입자들은 어렵지 않게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타운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85㎡짜리(31~33평)가 3억원 선인데,이를 월세로 돌릴 경우 보통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150만~170만원 선이 된다.

2억5000만원 가까운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인근 우성·무지개아파트 세입자만 해도 전세금으로 음식점이나 커피숍을 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우리 업소도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계약을 여러 건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금을 빼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삼성타운 후광 효과로 주변 상권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창업 증가로 삼성타운 주변 상가들의 임대료는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실평수 10평 정도의 상가를 기준으로 할 때 권리금이 2억~3억원이며,보증금 1억원에 월세는 500만~700만원 수준이다.

지금도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삼성타운 입주는 내년 상반기에나 완료될 예정이지만,상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는 창업 수요가 늘고 있다.

전세금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은 우선 빨리 장사를 시작해서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과 함께 향후 점포를 처분해 권리금 차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최소 5년간 상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어 삼성타운 덕에 유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 이 기간에 올라간 권리금이 상당한 액수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대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권리금을 높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권리금은 입지가 좋아서 붙는 '자리 권리금'과 장사가 잘 돼 붙는 '영업 권리금'이 있는데 강남역 주변에서는 아파트 전세금으로 자리 권리금이 오를 만한 상가를 찾기 어렵다"며 "강남역 상권에는 장사를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영업 권리금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