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D램 고정거래가격은 현물가격의 흐름을 따라간다. 대형 바이어들은 현물시장에서 재고가 많이 쌓이면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고정거래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요즘 홍콩이나 대만의 현물시장에서는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전자업체들과 거래를 하는 중간상들은 향후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물량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품귀'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수요자 우위의 시장구조가 깨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7월 초 D램 고정거래가격이 무려 10% 이상의 폭등세를 띤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건은 상승 전환에 성공한 D램 가격이 어느 정도의 탄력을 보여줄 것이냐다.


◆D램 추가상승에 무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D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물론 공급과잉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워낙 가격하락폭이 컸던 탓에 단기적으로 반등 탄력 또한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D램 수급이 2분기에 균형 수준에 도달한 만큼 3분기부터는 계절적 요인의 가세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며 "특히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보여 예상 외로 큰 폭의 수요 증가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체들이 하반기 중 기존 D램 라인을 낸드플래시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D램의 공급확대 요인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이후 가격흐름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있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나타났던 공급과잉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설비투자 과열의 부작용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낸드플래시 16기가 시대 열릴 듯


지난 3월부터 반등에 나선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도 견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가격은 연초보다 30%가량 오른 수준으로 연말까지 20~30% 정도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애플의 아이폰이 현재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데다 8기가,16기가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비디오가 이르면 다음 달 중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애플이 필요로 하는 낸드플래시의 총 용량은 올 상반기 낸드플래시 판매량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특히 아이팟비디오가 아이폰에 버금가는 '히트'를 칠 경우 낸드플래시업계의 숙원인 '16기가 제품의 대중화'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가 비디오나 PC 등 대용량 디지털 제품으로 수요처를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기적 관점에서 낸드플래시 수급은 완만한 수준의 공급과잉 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