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앞두고 외국인도 한국 증시로 돌아오고 있어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4일 코스피지수는 32.91포인트(1.82%) 오른 1838.41에 장을 마쳤다.

6월19일 사상 최고치(1807.85)를 경신한 후 보름(거래일 기준 11일) 만에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7.31포인트(0.92%) 상승한 804.02로 마감했다.

이로써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910조원으로 불어나 코스닥시장(104조원)을 합친 전체 시가총액은 1014조원으로 증가했다.

1993년 100조원대에 그쳤던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4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시가총액은 지난 4월4일 800조원대를 돌파한 지 54일 만에 900조원을 넘어서고 이번에는 불과 37일 만에 1000조원 고지를 밟았다.

시가총액 1000조원은 세계거래소연맹(WFE) 소속 51개 증시 가운데 16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 증시를 이끈 것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였다.

외국인은 운수장비 은행 업종을 중심으로 48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틀 연속 순매수다.

지난달 3조5000억원어치를 팔며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으나 기우에 그쳤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검토에 착수한 데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도 신용등급 상향에 나설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북돋웠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반도 정세 완화' 발언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관투자가는 1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프로그램 매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1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이후 2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시중자금이 급속히 증시로 유입되면서 '실탄'이 든든해진 덕분이다.

지난 2일 기준 국내 펀드 설정액은 258조997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인 1999년 '바이 코리아' 시절 262조566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3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투자자금의 증시 이동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숨고르기 조정을 마무리하고 상승 추세에 재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7월 조정론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세계 경기 회복과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이 시장 상승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은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기업 실적 호전과 수급 개선으로 지수 그래프는 우상향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강세(환율 하락)와 치솟고 있는 유가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유동성 축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