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일 새 대북정책을 내놨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평화협정 체결 추진,경제 대표부 설치,북한 방송ㆍ신문 수용 등 전향적 정책들이 대폭 담겨 있다. '상호주의'를 근간으로 한 보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화해ㆍ협력'쪽으로 무게 중심이 급격하게 옮겨간 것이다. '한나라당식 햇볕정책'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햇볕정책을 대북퍼주기라고 비판해 왔던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꿔 대거 지원책을 내놓자,대선을 겨냥한 '백화점식 공약'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떤 내용 담겨 있나

정형근 당 평화통일특위 위원장은 이날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한반도 평화 비전'이란 이름의 새 대북정책을 보고했다.

북한의 조속한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평화통일을 위한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게 요지다.

한반도에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고 적대상황이 풀리면 남·북·미·중간 '종전선언' 수용을 검토하고,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게 눈에 띈다.

상호주의에서도 한발 후퇴했다.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은 그동안 경제지원을 핵 폐기 및 인권개선 등과 단계적으로 연계한다는 엄격한 대북상호주의를 주장하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자칫 주한 미군의 존립 필요성을 약화 시킬 수 있고,북한의 위장된 대남 선전용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때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완화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평화체제 거론은 한나라당의 적지 않은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낮은단계 연방제 도입과 북한의 국가인정과 관련된 헌법 3조의 개정에 대해선 반대했다.

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한 정책도 대거 내놨다.

평양과 서울에 경제대표부를 설치하고,연 3만명 규모의 북한 산업 연수생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남북한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신경의고속도로 건설 지원,북핵 폐기시 '종합부흥계획'실행,북한 산업단지의 노후된 발전설비의 현대화 지원,대북 제한 송전 추진 등은 '북한판 마셜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천방안 미흡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는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미관계 정상화,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강경론만 고집하다간 '냉전세력''반 통일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가 숨어 있는 것이다.

정 위원장이 새 대북정책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선(先)안보,후(後)교류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일부 간과하는 등 현실적 대응력이 미흡했다"라고 설명한 것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실천 부문에서 의문부호가 찍힌다.

경의고속도 건설,경제특구 조성,송전,쌀·비료 지원 등은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한데,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