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석유화학 흡수합병 등 사업조정

LG화학이 자회사인 LG석유화학을 흡수 합병키로 한 것은 본격적인 사업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에 이어 산업재사업본부,2차전지사업부 등 비석유화학 부문의 중·장기 사업조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사업조정 로드맵은 △LG석유화학 합병을 통한 유화사업 통합 △산업재사업 분사 △PVC부문 사업조정 추진 △정보전자사업 2~3년 후 분사 등으로 요약된다.


◆유화부문 통합,경쟁력 강화

LG화학과 LG석유화학의 합병설은 지난해부터 줄곧 증시에서 나돌았다.

세계 석유화학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라 LG화학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추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그럴듯하게 나돈 것.이번 합병은 시나리오대로다.

실제 이번 합병으로 LG화학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LG석유화학의 생산 시스템을 흡수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석유화학 입장에서도 득이 된다.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LG석유화학의 사업 구조 역시 합병에 도움이 된다.

LG석유화학의 LG화학에 대한 기존 매출 비중은 약 70%(대행판매 포함) 정도다.

특히 이번 합병을 통해 LG화학은 생산,구매력 부문에서 '2008년 이후 유화업계 대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석유화학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생산량 기준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이 각각 12.7%,9.7%다.

매출은 연간 2조2000억원 규모다.

반면 양사의 합병이 기업가치 변화에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화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LG석유화학은 원래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석유화학부문 사업조정 추진

LG화학이 산업재사업본부 분사를 검토하는 등 중·장기 사업조정에 나선 이유도 LG석유화학과의 합병과 무관치 않다.

LG화학이 장기적으로 석유화학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실제로 산업재사업본부 분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말까지 청사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LG생활건강처럼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주력 제품에 대한 시장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산업재사업본부에서 생산하는 시트,새시,원단 등은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35~75%를 점하고 있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산업재부문 분사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독립 법인으로서의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차전지사업 포기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원통형 및 폴리머 부문은 가동률 8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각형 부문은 30~4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2차전지 부문은 이미 사업본부에서 사업부로 격하됐으며 LG전자로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까지 각형 부문이나 2차전지사업부 전체 매각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매수 주체가 없어 매각을 보류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김반석 LG화학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해 말부터 2차전지사업부 매각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는 차원으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