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에이지'(대한생명) 'WINE 정기예금'(국민은행) '러브 에이지'(미래에셋생명)

금융회사들이 최근 제시하고 있는 마케팅 키워드다.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고수익'과 같은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한푼의 이자라도 더 주겠다는 재테크 이미지보다는 삶의 질과 관련된 고품격 색채를 강조한 게 공통점이다.

금융회사들의 마케팅이 재테크에서 삶의 질로 옮겨가는 것은 '웰시 시니어(wealthy senior)'로 불리는 까다롭고 숙련된 800만 베이비 부머를 겨냥해서다.

부(富)를 바탕으로 투자와 소비에 적극적인 '인베스펜더(invespender·investor+spender의 합성어)'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보험사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대한생명은 지난 5월부터 '준비된 미래는 축복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골드에이지 플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골드 에이지는 은퇴가 우울한 황혼기가 아닌 인생의 황금기란 뜻으로 베이비 부머들이 2010년부터 본격 은퇴기에 접어든다는 사실에 착안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호영 대생 상무는 "기존의 은퇴 설계가 돈(자금) 중심이었다면 '골드에이지 플랜'은 돈 외에도 건강 시간(레저) 사람(친구) 등 은퇴 후 인생의 황금기(골드 에이지)를 위해 필요한 네 가지를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생은 이를 위해 은퇴설계 전문가인 '골드에이지 플래너' 자격을 신설,2만여명의 파이낸셜 플래너(FP) 모두 은퇴설계 전문가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설계사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부유한 베이비 부머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단순 재무설계 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품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올해 초부터 '러브 에이지'라는 타이틀로 퇴직연금 캠페인을 진행 중인 미래에셋생명도 지난달 은퇴설계 캠페인에 본격 가세했다.

보험과 펀드를 중심으로 한 은퇴설계 전문 금융회사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계 메트라이프생명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및 생활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은퇴설계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PCA생명은 이미 'All Ready'라는 은퇴 설계서를 제작,보험업계에 은퇴설계 붐을 일으켰다.

생보사의 주력 상품이 종신보험에서 연금보험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막강한 경제적 파워와 젊은이 못지않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가진 베이비 부머에겐 조기 사망보다 '장수(長壽) 리스크'가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종신보험이 '너무 일찍 사망하는 위험'에 대한 대비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너무 오래 사는 위험'을 준비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연금 수요가 팽창할 조짐을 보이자 생보업계의 연금보험 업그레이드 경쟁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인생의 2대 위험인 조기 사망과 장수 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기능을 한데 묶은 '종신+연금'의 퓨전형 보험이 속속 나오고 있다.

퓨전형 상품은 은퇴 전까지는 집중적으로 사망 보장을 받고 은퇴 이후에는 보험금을 연금식으로 지급받아 풍요로운 황금기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질병 상해의 보장 기간을 종전 80세에서 90세,100세까지 연장하는 추세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500만 고객 가운데 연금보험 가입 고객은 16%에 불과하다"며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수령액이 줄어들어 향후 연금보험을 비롯한 개인연금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