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기요히코 일본은행 금융정책위원은 '일본의 아줌마'들이 '취리히 노움스(the Gnomes of Zurich)'를 대신해 외환시장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위원은 지난 3일 브루킹스연구소 만찬에서 "예전에는 취리히 노움스가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했지만 지금은 도쿄의 가정주부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주부들이 기준금리가 연 0.5%로 낮은 점을 활용해 값싼 엔화를 빌려 해외고수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대거 가입(엔 캐리 트레이드),엔 약세를 부추긴다는 뜻이다.

니시무라 위원이 과거 외환시장의 큰 세력으로 지칭한 '취리히 노움스'는 스위스 은행가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스위스 은행가들이 1956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도록 투기매매를 일삼자 영국 노동당 정치인인 해롤드 윌슨이 이들을 지하에 숨어 금화를 셌다는 동화 속의 땅신령(노움스)이라고 비하해 부르면서 유행했다.

가정주부들이 엔 약세를 부추기면서 해외 통화에 대한 엔화의 종합적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6월 중 93.4로 1985년 9월 주요국이 달러약세·엔화강세 유도를 약속한 '플라자 합의' 당시의 94.8을 밑돌았다.

엔화의 실질가치가 21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액을 가중평균하고 물가 등을 감안해 산출한다.

일본은행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을 1973년 3월을 100으로 잡고 계산한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고,높아질수록 엔화 가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플라자 합의 당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240엔 전후로 지금의 달러당 122엔대보다 높았다.

엔·달러 환율만 보면 엔화 가치는 2배 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중국 유럽 등과의 교역 비중이 커져 위안화와 유로화에 대한 엔화 약세가 실질실효환율을 하락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일본은행은 설명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