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塋 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i.com >

요즘 필자는 초면인 사람을 만나 명함을 건넬 때면 늘 듣는 인사가 있다.

"여권을 전국에서 제일 빨리 발급해 준다는 그 송파구 구청장이시군요?"라고.

사람들이 '여권 혁명'으로 부르는 이 사건은 구청장으로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의외로 큰 힘이 된다.

까다로운 현안을 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권 이야기가 먼저 화제에 오르면서 일이 순조롭게 풀렸던 경험도 많다.

바야흐로 행정도 브랜드 시대를 맞이했고,필자는 여권행정 혁신이라는 송파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긴급 여권은 3시간 이내,일반은 4일 이내에 발급하는'여권 즉시발급제'는 우리 구 공무원들이 '주민이 존중받는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결과다.

필자는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실천 가능한 혁신 사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관행화되어 있는 행정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주민 존중의 지방 자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대답은 먼저 여권과에서 왔다.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여권 발급을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민원인들의 불편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였다.

직원들의 검토 결과 실무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으나 문제가 생겼다.

다른 지역에서 송파구로 몰려올 업무 부하가 그 첫째요,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의 반대가 그 둘째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청장인 나는 다소 흔들렸지만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의지는 너무나 강했다.

"좋습니다.

여러분이 해 낼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고,행정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주민이 좀 더 존중받을 수 있다면 해 봅시다"라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 줬다.

결국 직원들이 외교통상부를 설득했고 밀려 있는 여권 신청을 소화해 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밤을 새워 일했다.

드디어 지난 4월부터 여권 혁명이 시작돼 언론의 단골 뉴스로 등장했다.

민원인들은 대만족했고,이 혁명은 지금 전국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번 일에 쏟아지는 관심과 격려를 경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직 사회가 변화와 개혁을 멀리하고 너무 현실에 안주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여권 발급기간을 단축한 일 정도가 행정 혁신이라면,혁신거리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구청 직원들이 보여준 섬김과 나눔의 서번트(servant) 마인드도 여권 즉시발급 제도와 함께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