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개최지 5일 결정] 마지막 1초까지 호소.악수‥모든 것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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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를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막식이 열리면서 각국의 유치 경쟁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이날 저녁 과테말라시티 국립극장에서 열린 개막식과 이어진 리셉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시간30여분 동안 60여명의 IOC 위원들과 만나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이어 IOC 위원들의 숙소인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자리를 옮겨 자정 무렵까지 IOC 위원을 상대로 한 득표 활동을 전개했다.
호텔 로비의 바(bar)에까지 들러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IOC 위원의 손을 잡고 표를 부탁했다.
○…노 대통령은 총회 개막식에서 경쟁 국가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오스트리아의 알프레드 구젠바워 총리를 처음으로 만났다.
개막식에서 각국 정상들은 별도의 특별 대우 없이 유치위 관계자들과 함께 해당 국가 좌석에 자리 잡았으며 노 대통령은 바로 앞줄에 있던 구젠바워 총리와 가볍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좌석 위치가 다소 떨어진 푸틴 대통령과는 복도 통로로 나와서 서로 가볍게 포옹하듯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소치는 준비가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푸틴 대통령은 "아주 잘되고 있다.
오래간만에 뵙게 돼서 참 반갑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북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별도의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막식에 이어 국립극장 노천광장에서 한 시간가량 이뤄진 리셉션에서 노 대통령은 윤광노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을 구석구석 돌면서 IOC 위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마치 자신의 선거 운동을 하듯 60명 가까운 IOC 위원들을 만났으며 같이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은 IOC 위원들만도 20명이 넘었다.
노 대통령은 이들을 만나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그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며 "나는 우리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걸 전달하러 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한자리에 서서 러시아 유치위 관계자들이 불러오는 IOC 위원들과 인사를 나눠 대조를 보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그런 탓인지 푸틴 대통령은 IOC 위원들을 많이 만나지 못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들의 눈에 권위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평가도 일부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노 대통령보다 30분가량 앞서 행사장을 떠났다.
○…노 대통령은 리셉션장에서 장웅 IOC 북한 위원과도 만나 짧은 환담을 나눴다.
리셉션장을 활발히 돌아다니며 IOC 위원들과 만나던 노 대통령은 장 위원을 만나 반갑게 악수했고 장 위원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장 위원은 일찌감치 평창 지지를 선언했었고 지난 2일 IOC 위원 숙소로 사용 중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면 이미 발표한 대로 남북한 단일팀이 성사될 것"이라고 평창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머리 속이 하얗습니다. 지금 아무런 생각이 없네요."
총회 개회식 및 리셉션에 참가해 마지막 유치 활동을 마친 김진선 강원도지사 겸 평창유치위 집행위원장은 탈진한 모습이었다.
전날 러시아에 부정적인 내용의 유인물이 나돌았다는 소치의 주장으로 인해 대책 회의를 하느라 밤을 지새다시피했던 김 지사는 현재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지금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오로지 프레젠테이션까지 무사히 잘 끝내자는 마음뿐이다.
이제는 하늘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시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