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네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임직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올 상반기 PI(생산성 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평가에서 처음으로 'C'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A에서 두 단계나 떨어졌다.

PI는 삼성그룹이 계열사나 사업부의 경영실적을 6개월 단위로 평가,임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는 제도다.

평가 결과 A등급에는 월 기본급의 150%,B등급은 100%,C등급에 대해선 50%가 각각 주어진다.

4일 삼성에 따르면 오는 11일께 전 계열사에 PI가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삼성SDI,삼성라이온즈,삼성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사업부)가 최하 등급인 C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해보다 등급이 향상된 곳은 C에서 B로 올라간 삼성전자 생활가전이 유일했다.

그룹 내에서 '못난이 3형제'로 불리다 최근 '트로이카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 등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A등급을 받았다.

◆반도체 "잔치는 끝났다"

반도체 총괄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려 1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그룹의 확실한 '캐시 카우(현금수익 창출원)'였다.

그런 사업부가 처음으로 C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흥과 화성사업장 임직원들은 적잖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D램 가격이 폭락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하 등급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한때 47%에 달했던 반도체총괄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12%로 주저앉은 데 이어 2분기에는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삼성전자 내에서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던 생활가전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아진 B등급을 받으며 '윤종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삼성전자는 올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던 생활가전사업부를 윤 부회장 직할체제로 바꿨다.

생활가전은 에어컨 예약판매 등으로 1분기에만 123%나 매출이 늘어난 데다 2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보통신총괄도 '비욘세폰''미니스커트폰'등 잇따른 히트상품을 내놓은 데 힘입어 예년 성적(A)을 유지했고,LCD총괄은 패널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B등급을 지켰다.

◆엇갈리는 희비

중공업 엔지니어링 테크윈은 3년 연속 A 등급을 받으며 '못난이 3형제'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도 LCD용 유리사업이 호조를 띠면서 A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에도 B등급을 받아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혔다.

삼성전기는 특히 LCD용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개발에 성공,올 하반기 PI평가에서 A등급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 B를 받은 계열사들은 삼성코닝 신라호텔 삼성정밀화학 등이다.

또 삼성토탈은 석유화학 업계의 시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원 다변화 등을 통해 A등급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삼성석유화학은 주력제품인 TPA(테레프탈산) 수급 문제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C에 머물렀고 지난해 B등급을 받았던 삼성SDI도 PDP가격 급락 등의 여파로 C를 받았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