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정유정씨(41)의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비룡소).

이 작품은 '우리 삶에도 스프링캠프가 있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스프링 캠프'란 프로야구에서 봄 정규 리그 전에 갖는 집중적인 합숙 훈련 기간.

주인공 준호가 친구 규환의 부탁을 받고,운동권 형을 뉴질랜드행 배에 태우기 위한 '도피자금 전달자'로 나서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접선 장소는 신안 임자도.준호는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으나 동네 친구 승주,정아와 정아네 개,정체 모를 할아버지 등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등장 인물들은 해리포터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고,영화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처럼 지혜롭지도 못하다.

준호는 불청객들을 제대로 떼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형이고,정아는 '성깔은 개의 경지,성적은 신의 경지'다.

승주는 활달하지만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마보이.이들은 요즘 아이들처럼 영악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들의 모험은 좌충우돌,지리멸렬에 가깝다.

여기저기서 부딪히고 깨진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스스로 내면의 강인함을 끌어낼 줄 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1980년대 상황을 아이들의 모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의 솜씨도 놀랍다.

정씨는 "2000년대 아이들과 달리 순박한 캐릭터를 그리려다보니 1980년대라는 시공간을 택하게 됐다"며 "이들의 모험 자체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키워주는 인생의 '스프링캠프'"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고,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숨가쁘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