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 스물아홉 번째 막을 올린다. 30여 년 전 ‘문화 불모지’로 취급받던 부산이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시발점이 된 권위 있는 축제지만 지난해 성추문과 인사 잡음 등 난맥상이 드러나며 신음했다. ‘아홉수’의 BIFF는 강력한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영화제 포문을 여는 영화 ‘전, 란’이 변화의 시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은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사극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될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중성’에 방점 찍은 BIFF제29회 BIFF는 10월 2~11일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63개국 영화 224편이 상영된다. 지난해보다 15편 늘어난 규모로, 관객 참여형 행사인 ‘커뮤니티 비프’까지 합치면 총 279편이 관객과 만난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고른 결정이 흥미롭다. 해외 유수 영화제들이 OTT 작품 초청 비중을 높이고 있긴 해도 극장에 걸리지 않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낙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BIFF는 대중성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전, 란’은 역대 개막작 중에서도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관객 친화적 영화제라는 정체성은 다른 초청작에서도 드러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의 다큐멘터리인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야외 극장에서 상영되는 게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창호지를 붙인 한옥 문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게 전부인 것 같은 작품도 있다. 단순한 그림으로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이교준. 이 작가는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한국 2세대 기하추상회화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1955년생인 이 작가가 단순하고 고요한 작품에 매력을 느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스무 살 무렵 실험적 설치 작업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가 1990년대 들어 회화와 재료를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알루미늄, 금속판, 납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도형과 점, 선, 면 등 기하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평면 작업에 몰두했다.그러다 2000년대 이교준은 ‘덜어냄의 미학’을 깨닫는다.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회화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으면서다. 그는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비욘드 더 캔버스’를 열고 있다.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모두 단순하고 깔끔하다. ‘단순함이 모든 것을 담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정보의 늪에서 부유하는 현대인에게 덜어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공지능(AI) 등 점점 더 빠르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대 미술계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그가 평면에 선을 그려 넣는 데는 ‘수행자 정신’이 바탕이 됐다. 평면을 분할하며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선과 면을 나누며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고찰하는 등 수행자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피비갤러리 개인전은 오는 28일까지 이
영화와 공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어 에반 핸슨’ ‘오페라의 유령’처럼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알라딘’ ‘스쿨 오브 락’처럼 영화가 공연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연말 공연 성수기를 앞두고 새로운 장르로 변신한 연극과 뮤지컬들이 관객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오는 11월 초연되는 연극 ‘타인의 삶’은 독일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동명 영화를 기반으로 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0년대 동독이 배경이다. 방첩 기관 슈타지의 민간인 사찰을 소재로 비밀경찰 비즐러가 연인 사이인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인기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며 겪는 심리 변화를 그린다. 두 연인의 순수한 사랑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목격하며 조직에 대한 충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심리적 갈등을 첨예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연극으로 재탄생한 ‘타인의 삶’은 배우 손상규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주인공 비즐러는 윤나무와 이동휘가 연기한다. 11월 27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창작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은 영화 ‘몽상가들’의 원작 소설 <더 드리머스>를 무대로 옮긴다. 소설은 ‘68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애호가인 미국인 유학생 매튜가 파리에서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자벨을 만나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로 재탄생했다. 공개되자마자 파격적인 노출 수위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영화계에서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