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계산업사 연구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기계업계 원로인 한국특수기계 이승수 사장(72)이 직장 초년병 시절부터 52년간 모아온 희귀 설계도 등 소장 자료 5000여점을 기증할 곳을 찾고 있다.

이 사장은 5일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기계박물관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평생 자료를 모아왔지만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분량이 방대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업계에선 이미 '기계자료 수집광'으로 알려진 그는 청력이 급격히 나빠진 지난해부터 회사 경영을 친척에게 맡긴 채 양평동 공장 2층 서재에서 소장 자료 정리에만 몰두해왔다.

이 자료는 1950,60년대 발행된 기술교과서,외국학회지,기계잡지,각종 설계도면 등 전문 자료에서부터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소속 기술자로 참여했던 공사의 진행일지,공사참가자 명단,명함,현장사진 등 세세한 기록물까지 모두 망라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1960년대 초 포스코 터를 닦기 위해 국내 처음 개발된 천정기중기와 준설선(모래채취선) 설계도면,국내 첫 경유보일러 설계도(62년 제작) 등 희귀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사장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료인 만큼 사료(史料)로서도 연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계 제작 시행착오와 기술적 극복 방법을 기록한 1970,80년대 문서도 많아 후학을 위한 기계기술 발달사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기계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어 아깝게 사장되는 자료가 부지기수"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와 부산대 대학원을 나온 이 사장은 1954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조선 관련 기계설계 분야 전문가로 일하다 퇴직한 뒤 1973년 한국특수기계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33년간 식품,조선,화학,제지 관련 기계장치 등 다양한 특수기계설비를 제작,공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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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