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M&A(인수·합병) 경쟁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며 M&A 시장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직접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하는가 하면 인수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는 추세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경영자문 업체인 크림슨H&C가 최근 영창실업 대주주 지분 73만2108주(40.19%)를 인수,새 주인으로 부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억원의 인수자금 중 87%인 170억원을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크림슨H&C에 대여해준 것이다.

물론 연 7%의 짭짤한 이자를 받는다.

출자 PEF(사모투자펀드)를 통한 경영 참여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웅진캐피탈과 함께 '르네상스 1호'라는 PEF를 만들어 코스닥시장 조선기자재 업체인 케이에스피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PEF는 코카콜라보틀링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또 우리투자증권은 '마르스 1호' PEF를 통해 샘표식품 지분 29%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마르스 1호' 보유 샘표식품 지분에 대해 최근 헤지펀드계의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 스틸 파트너스가 관심을 표명해 우리투자증권의 입김은 더 커진 상황이다.

상장사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현대증권 IB(투자은행)본부는 지난 5월 말 코스닥 상장사 도움과 손잡고 120억원을 투자,엠비즈네트웍스 지분 44만여주(10.22%)를 확보해 회사를 인수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달 중순 30억원으로 한일단조공업 120만주(18.75%)를 취득,홍진산업(46.0%)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취득단가는 2500원이었는데 5일 종가는 5750원으로 치솟아 한달도 채 안돼 두 배가 넘는 평가차익을 챙겼다.

여유 자금을 이용해 대규모 딜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신한맥쿼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가격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서울과 경기지역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 인수전에 참여했다.

증권사들은 M&A시장의 감초답게 자신의 경영권 방어에도 백기사를 동원하는 등 전문가다운 솜씨를 발휘 중이다.

신영증권이 코리안리와 지분을 교차 매입했으며 부국증권도 한국단자공업과 주식을 상호 취득,M&A 방어기법인 백기사 제도를 활용해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증권사들이 저마다 IB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승장을 활용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