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비스로 시작.예정 게임만 30여편

경쟁 과열로 '베끼기' 급급...공멸 우려

게임업계가 온통 총싸움게임(FPS)에 빠졌다.

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와 CJ인터넷의 '서든어택'이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총싸움게임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서비스가 시작됐거나 연내에 나오는 총싸움게임은 30종이 넘는다.

이처럼 '미투상품(me too,베끼기상품)'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임업계가 총싸움게임에 몰리는 것은 최근 수년간 신작 게임이 대부분 외면당한 반면 총싸움게임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서비스가 시작된 스페셜포스는 PC방 점유율 순위 1위에 올라선 뒤 74주 연속 선두를 지켰고 1년 늦게 나온 서든어택은 33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페셜포스로 재미를 본 네오위즈는 아예 총싸움게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미 '아바'와 '크로스파이어' 공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고 미국 게임회사 EA(일렉트로닉아츠)와 손을 잡고 '배틀필드 온라인'을 개발 중이다.

네오위즈가 앞서 나감에 따라 크고 작은 게임 업체들이 총싸움게임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포인트블랭크',넥슨 '컴뱃암즈',NHN의 '울프팀',한빛소프트 '테이크다운',엠게임의 '오퍼레이션7',YNK코리아 '스팅',웹젠의 '헉슬리',싸이칸엔터테인먼트 '페이퍼맨',엔트리브소프트의 '블랙샷',온네트 '큐팡' 외에도 '배틀카니발','썬더포스 썬더가드','페이탈코드','퀘이크 온라인' 등 줄잡아 30개가 넘는다.

게임업계의 입장은 다소 이중적이다.

총싸움게임에 손을 댄 업체들은 게이머가 선호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얘기한다.

게다가 개발비가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달리 총싸움게임은 개발 기간이 1년 안팎으로 비교적 짧고 기법이 간단해 돈도 적게 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쟁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30개가 넘는 '미투상품'이 쏟아져 나오면 게이머의 관심이 분산될 게 뻔하고 결국 총싸움게임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잘나가는 게임 베끼기에 급급하다간 다 같이 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게임업계는 현재의 총싸움게임 과열이 '제2의 카트라이더 사태'를 초래할까 우려하고 있다.

카트라이더는 2004년에 나온 넥슨의 자동차경주게임이다.

이 게임은 나오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경쟁사들이 앞다퉈 경주게임을 내놓았다.

이 바람에 1년 새 유사 게임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다 같이 외면당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카트라이더 사태'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게임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은 "게이머들을 한눈에 잡아끄는 독특함이 없으면 이렇게 치열한 총싸움게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