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유치경쟁 당시 지지기반이었던 아프리카와 남미표를 잠식당하고,아시아 표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소치에 역전패를 당한 뒤 한 말이다.

4년 전 유치경쟁에서 아프리카와 남미,아시아는 한국에 우호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향력과 러시아 거대 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자금력에 밀려 기존 '텃밭'을 잠식당한 것이 역전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원인의 하나로 스포츠 외교력의 부재가 거론되고 있다.

평창은 객관적인 평가에서 모두 앞섰지만 결국 러시아에 밀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해외 유력 언론들도 대부분 평창의 우세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우리의 스포츠 외교력 및 정보력 부재는 2차 투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당시 IOC 위원 97명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승부를 확정하기에는 무리한 상황이었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 36-34로 소치를 2표차로 앞섰고 잘츠부르크가 25표를 얻었다.

탈락한 잘츠부르크에 몰린 표가 적지 않았던 점에 비춰 승부처는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는 '표심의 향방'이었다.

평창은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소치가 2차 투표에서 17표를 흡수한 반면 평창은 유럽의 부동표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고,믿었던 제3세계 표도 상당 부분 놓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김종민 문화부장관 등이 과테말라로 날아가 온 힘을 다해 IOC 위원들을 만나며 유치활동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IOC 위원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친화력을 가진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소치는 푸틴 대통령의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은 위원장직을 그만둔 지 6년이 된 지금도 IOC 내의 '올드 멤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치 유치에 힘을 보탰다.

동계올림픽 유치 '재수'에 실패한 한국은 무너진 스포츠 외교력을 어떻게 재건할지 숙제를 안게 됐다.

과테말라시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