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년여 동안 삼성 두산그룹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LG 한진 SK 유진그룹 등은 '국익이 우선'이란 마음으로 평창 유치를 위해 뛰었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를 지켜본 기업들은 하나같이 "최선을 다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유치 실패를 가장 아쉬워한 기업은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평창유치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IOC위원으로서 올 상반기 평창 유치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평창 유치지원 회합'을 시작으로 2월에는 평창 보광휘닉스파크로 가 IOC의 실사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3월에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유치 활동을 펼쳤고 4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 행사에 참가해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33명의 IOC위원들을 만나 득표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6∼7개국을 돌면서 현지 IOC위원들을 만난 데 이어 지난달 30일 과테말라에 도착,막바지 득표활동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이번 IOC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평소 친분 있는 IOC위원들에게 친서를 보내 한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과테말라 총회 개막에 맞춰 최재국 현대차 사장과 김용환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 등 11명을 현지에 급파하는 한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취약지역의 영업망을 활용하는 전방위 지원활동을 펼쳤다.

특히 IOC 위원과 친분이 있는 27개국 현지 딜러 사장들을 과테말라로 초청,IOC위원들의 표심을 다지도록 했다.

또 평창유치위와 정부 수행단에 에쿠스와 오피러스 등 차량 45대를 지원했다.

과테말라에 파견된 청와대 관계자는 사석에서 "삼성,현대차그룹 등이 파워풀한 현지 조직망을 동원,열성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과 두산그룹도 총력전을 펼쳤다.

박 의장은 지난 4월 IOC위원 자격을 회복한 뒤 4월 말부터 석 달여 동안 평창 유치활동에 '올인'했다.

유럽 등지의 IOC위원들을 만나 평창 지지를 당부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과테말라에 도착한 뒤에는 노무현 대통령,이건희 회장과 '삼각 편대'를 이뤄 득표활동에 매진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올해 한 달 평균 7∼8일을 해외에서 보내며 평창유치를 측면 지원했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항공업계 인맥을 동원해 유치지원 활동을 벌이면서 과테말라로 떠나는 평창 유치단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띄웠다.

LG그룹도 중남미 법인 직원들을 과테말라에 파견했다.

또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강영중 대교 회장은 과테말라에서 친분이 있는 IOC위원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벌였다.

유치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다져온 네트워크를 가동,물밑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면서 정부의 유치 활동을 음양으로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과테말라시티=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