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MBA 시대] 국내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식 통합효과 도입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겸임)은 대뜸 "시리즈로 MBA 학장 인터뷰를 하시느라 여러 경영대학장실을 방문하셨을 텐데 저희 학장실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솔직히 연세대 학장실이 가장 검소한데 놀랐다"고 하자 김 학장은 맞장구를 친다. "그렇죠. 검소하다기보다는 북향이고 비좁고 인테리어도 칙칙합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마크 로스코의 그림 카피를 걸었습니다. 그림 한 장에 650억원씩 팔리는 최고의 작가죠."
지난 2일 신촌 연세대 대우관에서 만난 김 학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마크 로스코를 몰랐다면 최고의 예술가 한 명을 알고 가십시오. 어때요? 세계 최고를 접하면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연세 경영대학은 이런 것을 추구합니다."
그가 창의력을 MBA의 최고덕목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와닿았다. 그의 창의적 경영인재론은 한참 이어졌다.
"경영학도는 남들이 함부로 접할 수 없는 것을 보고 듣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길러야 합니다. 경영이란 결국 수준의 문제죠. 그런 점에서 경영대학은 건물 디자인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자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입니다. 이를테면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안목과 수준은 당연히 세계적일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경영관 신축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욕심은 앞서는데 문제는 늘 돈이죠. 호언장담해 놓고 보니 돈을 마련하는 게 요즘 어디 쉽습니까? 그래서 지난달 29일 '연세대 경영,다시 날아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문회를 가졌습니다. 기부금을 부탁했죠. 현재 경영대 건물(대우관) 맞은편에 최고로 지을 것입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면 건축가부터 세계적인 분을 모셨겠군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에게 맡겼습니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란 평가를 받는 건축가입니다. 오는 9월 착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사람이 사는 주택이나,일하거나 공부하는 건물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봅니다. 최고의 건물에서 생활하면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세련되고 일류를 지향하게 될 것입니다. "
-건축가의 수준에 맞추려면 건축비도 엄청 들겠는데요?
"맞습니다.우리 경영대학 건물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대학 건물 중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가장 비싼 건물입니다. 연면적 6900평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죠. 평당 1000만원,전부 700억원이나 드니까… 대학 건물 치고는 세계적이죠. 2009년 완공합니다. (최근 경영대 신문에 게재된 건축물 사진을 보여 주며) 시자는 건물 내부를 잘 처리하는 건축가로 유명하죠. 건물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죠. 학생들이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에요. 이런 색다른 문화 체험을 통해 창의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시자는 경영대 디자이너로는 요새 말로 '딱'이죠."
-최고의 경영관에 걸맞게 커리큘럼의 변화도 예상되는데요.
"경영대학의 3대 모토를 '창의''글로벌''윤리'로 정했습니다. 그 중에서 최우선은 '창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습공간부터 문화적 예술적 분위기를 불어 넣어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수요일마다 연대음악대학에서 유명 연주자를 초청해서 음악회를 엽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학생들이 클래식 마니아로 변했고 밖에서도 수준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이들 오십니다. 경영대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예술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소통도 중요하지만 한 공간에서 예술을 통해 공감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깊이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교과 이외의 것에서도 우리는 세계성과 차별성을 추구합니다. 창의성도 외부 환경과 접하는 데서 빛을 발하는 것이니까…,글로벌스탠더드라는 것도 기존의 규범을 통일하기보다는 창의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우리가 창의성을 세계성이나 윤리보다 우선하는 까닭입니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비장의 무기가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급 비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교수 10여명이 지난 8개월 동안 애쓰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쨌든 '창의력'이라는 추상적인 모토를 실행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준비 중입니다. 올 가을 선뵈면 아마 깜짝 놀랄 것입니다."
-창의력은 소프트웨어인데…,당연히 시스템혁신도 준비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경영대 강의는 서로 다른 과목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경영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교과'식 수업을 준비 중입니다. 한개의 경영사안을 놓고 복수의 전공교수들이 참여해서 공동 학습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늦어도 내년 봄에는 선보일 것입니다. 준비 작업을 위해 교수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에 가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성공하면 학부에도 적용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학부 1,2학년 때는 전공 과목을 듣고 3학년 때 이를 바탕으로 통합교과 수업을 듣는거죠. 4학년 때는 실무진으로 구성된 교수진이 강의하도록 현장 감각을 익히게 할 예정입니다."
-연세대 MBA의 1년 성과는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1기를 1년6개월로 뽑아서 이번 가을이 지나야 첫 졸업생이 나옵니다. 하지만 홍콩,싱가포르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학생들도 있고 벌써부터 '잡 오퍼'가 오고 있긴합니다. 전체적으로는 더 두고 봐야겠지요."
-글로벌체험여행(Gobla Experience Trip)이라는 프로그램이 유명하던데요.
"지난해 입학생 중 50명이 지난 6월 유럽 명문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을 방문했습니다. 이처럼 단기로 해외 MBA와 산업체에 시찰을 가는 프로그램이죠. 학부생들 역시 3주 정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글로벌 기업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죠. 기업체 임원진과 특정주제를 놓고 집중토론 시간을 갖습니다."
-MBA 강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특화하고 있습니까?
"한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합니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었던 제프리 존스씨도 왔었고,윌리엄 오벌린 보잉 코리아 사장도 강사로 모셨습니다."
-연세대는 지난 신입생 모집 때 MBA 지원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3.5 대 1 정도였죠.
"외국인 지원자가 많이 왔습니다. 우수한 외국인들은 장학금을 주면서 데려오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대학국제화에 주효하리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경영대학의 경쟁력이 대학 전체의 인기나 평가를 크게 좌우하게 되면서 경영대학장들이 힘들어졌습니다. 기부금 끌어오랴,일류 교수 유치하랴, 홍보 이벤트 구상하랴… 대기업 CEO들이 무색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학장을 뒷받침할 대학 내부 조직이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부실한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대학도 기업처럼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데 비추어 관리의 전문성이 미흡하죠. 그러니 학장이 1인 10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즈음은'내가 이러다 쓰러지지…' 하고 겁이 날 정도로 바쁩니다. 그래도 총장께서 알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버티는 거 같아요."
- 대학 발전의 선봉 역할을 하고 계신데 어떤 때 가장 힘이 드십니까?
"경영대학이 대학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도 크지만, 또 이면에선 질시도 많이 받습니다. 그게 힘들죠."
대담=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
정리=성선화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지난 2일 신촌 연세대 대우관에서 만난 김 학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마크 로스코를 몰랐다면 최고의 예술가 한 명을 알고 가십시오. 어때요? 세계 최고를 접하면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연세 경영대학은 이런 것을 추구합니다."
그가 창의력을 MBA의 최고덕목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와닿았다. 그의 창의적 경영인재론은 한참 이어졌다.
"경영학도는 남들이 함부로 접할 수 없는 것을 보고 듣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길러야 합니다. 경영이란 결국 수준의 문제죠. 그런 점에서 경영대학은 건물 디자인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자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입니다. 이를테면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안목과 수준은 당연히 세계적일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경영관 신축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욕심은 앞서는데 문제는 늘 돈이죠. 호언장담해 놓고 보니 돈을 마련하는 게 요즘 어디 쉽습니까? 그래서 지난달 29일 '연세대 경영,다시 날아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문회를 가졌습니다. 기부금을 부탁했죠. 현재 경영대 건물(대우관) 맞은편에 최고로 지을 것입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면 건축가부터 세계적인 분을 모셨겠군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에게 맡겼습니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란 평가를 받는 건축가입니다. 오는 9월 착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사람이 사는 주택이나,일하거나 공부하는 건물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봅니다. 최고의 건물에서 생활하면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세련되고 일류를 지향하게 될 것입니다. "
-건축가의 수준에 맞추려면 건축비도 엄청 들겠는데요?
"맞습니다.우리 경영대학 건물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대학 건물 중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가장 비싼 건물입니다. 연면적 6900평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죠. 평당 1000만원,전부 700억원이나 드니까… 대학 건물 치고는 세계적이죠. 2009년 완공합니다. (최근 경영대 신문에 게재된 건축물 사진을 보여 주며) 시자는 건물 내부를 잘 처리하는 건축가로 유명하죠. 건물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죠. 학생들이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에요. 이런 색다른 문화 체험을 통해 창의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시자는 경영대 디자이너로는 요새 말로 '딱'이죠."
-최고의 경영관에 걸맞게 커리큘럼의 변화도 예상되는데요.
"경영대학의 3대 모토를 '창의''글로벌''윤리'로 정했습니다. 그 중에서 최우선은 '창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습공간부터 문화적 예술적 분위기를 불어 넣어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수요일마다 연대음악대학에서 유명 연주자를 초청해서 음악회를 엽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학생들이 클래식 마니아로 변했고 밖에서도 수준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이들 오십니다. 경영대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예술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소통도 중요하지만 한 공간에서 예술을 통해 공감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깊이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교과 이외의 것에서도 우리는 세계성과 차별성을 추구합니다. 창의성도 외부 환경과 접하는 데서 빛을 발하는 것이니까…,글로벌스탠더드라는 것도 기존의 규범을 통일하기보다는 창의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우리가 창의성을 세계성이나 윤리보다 우선하는 까닭입니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비장의 무기가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급 비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교수 10여명이 지난 8개월 동안 애쓰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쨌든 '창의력'이라는 추상적인 모토를 실행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준비 중입니다. 올 가을 선뵈면 아마 깜짝 놀랄 것입니다."
-창의력은 소프트웨어인데…,당연히 시스템혁신도 준비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경영대 강의는 서로 다른 과목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경영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교과'식 수업을 준비 중입니다. 한개의 경영사안을 놓고 복수의 전공교수들이 참여해서 공동 학습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늦어도 내년 봄에는 선보일 것입니다. 준비 작업을 위해 교수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에 가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성공하면 학부에도 적용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학부 1,2학년 때는 전공 과목을 듣고 3학년 때 이를 바탕으로 통합교과 수업을 듣는거죠. 4학년 때는 실무진으로 구성된 교수진이 강의하도록 현장 감각을 익히게 할 예정입니다."
-연세대 MBA의 1년 성과는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1기를 1년6개월로 뽑아서 이번 가을이 지나야 첫 졸업생이 나옵니다. 하지만 홍콩,싱가포르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학생들도 있고 벌써부터 '잡 오퍼'가 오고 있긴합니다. 전체적으로는 더 두고 봐야겠지요."
-글로벌체험여행(Gobla Experience Trip)이라는 프로그램이 유명하던데요.
"지난해 입학생 중 50명이 지난 6월 유럽 명문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을 방문했습니다. 이처럼 단기로 해외 MBA와 산업체에 시찰을 가는 프로그램이죠. 학부생들 역시 3주 정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글로벌 기업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죠. 기업체 임원진과 특정주제를 놓고 집중토론 시간을 갖습니다."
-MBA 강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특화하고 있습니까?
"한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합니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었던 제프리 존스씨도 왔었고,윌리엄 오벌린 보잉 코리아 사장도 강사로 모셨습니다."
-연세대는 지난 신입생 모집 때 MBA 지원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3.5 대 1 정도였죠.
"외국인 지원자가 많이 왔습니다. 우수한 외국인들은 장학금을 주면서 데려오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대학국제화에 주효하리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경영대학의 경쟁력이 대학 전체의 인기나 평가를 크게 좌우하게 되면서 경영대학장들이 힘들어졌습니다. 기부금 끌어오랴,일류 교수 유치하랴, 홍보 이벤트 구상하랴… 대기업 CEO들이 무색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학장을 뒷받침할 대학 내부 조직이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부실한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대학도 기업처럼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데 비추어 관리의 전문성이 미흡하죠. 그러니 학장이 1인 10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즈음은'내가 이러다 쓰러지지…' 하고 겁이 날 정도로 바쁩니다. 그래도 총장께서 알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버티는 거 같아요."
- 대학 발전의 선봉 역할을 하고 계신데 어떤 때 가장 힘이 드십니까?
"경영대학이 대학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도 크지만, 또 이면에선 질시도 많이 받습니다. 그게 힘들죠."
대담=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
정리=성선화 기자/사진=김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