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결제 수단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약속어음 교환 금액이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어음 발행 증가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같은 기간 중기 대출까지 급증했다는 점에서 일부 자금이 부동산 투기 등으로 유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신학용 의원(무소속)은 5일 이 같은 통계를 인용해 "최근 중소기업대출 증가분 중 일부가 편법으로 부동산 투기 등에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길이 막히자 일부에서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중기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현상이 빚어졌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 의원이 인용한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이 집계하는 약속어음 교환액은 올 들어 5월까지 72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50조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약속어음 교환액은 각종 전자결제 방식 도입 등의 영향으로 △2003년 893조원 △2004년 568조원 △2005년 395조원 등으로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작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전자방식 외상매출 담보대출 제도 도입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기업들의 현금 결제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어음 교환액이 줄었는데 그 효과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약속어음 발행 자체가 증가한 것은 경기 호전으로 기업 간 거래가 활발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어음이 늘면서 동시에 중기 대출까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은행권 중기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엔 7조9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액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5월에도 7조1000억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에 설비 투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들이 운전자금을 어음을 통해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그 많은 중기 대출금은 결국 개인사업자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의 중기 대출이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전용됐는지 가려내기 위한 검사를 실시해 편법 대출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