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태생의 레베카 테일러가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인 때는 2000년이다.

동물 꽃 등에서 착안한 화려한 프린트,진주알이나 유리 구슬로 장식한 섬세한 디테일 등이 '레베카 테일러'의 특징으로 중성적인 느낌의 패션이 유행하던 당시 여성성을 강조한 그의 '작품'들은 한눈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는 2000년 'CFDA 페리 엘리스 영 디자이너 어워드(Perry Ellis Young Designer Award)'에서 수상하며 마크 제이콥스,안나 수이의 뒤를 잇는 차기 주자로 부상했다.

'레베카 테일러'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2004년 갤러리아백화점을 통해서다.

이후 '레베카 테일러'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사랑스러운 옷'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소매 끝을 섬세한 자수로 처리해 평범함을 거부한다든가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꽃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문양 등은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여배우 애슐리 주드와 카메론 디아즈는 한 패션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레베카 테일러의 의상에 대해 "광채가 나고 투명해 보이는 옷감들이 마치 마술을 부린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유석진 갤러리아백화점 숙녀복 담당은 "25세부터 35세 전문직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레베카 테일러'는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40%가량의 매출 성장을 이룰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명성에 걸맞게 '레베카 테일러'는 국내외 연예인들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선 앤 헤서웨이가 에스프레소 컬러의 비즈(beads·구슬 공예품) 장식이 돋보이는 드레스 코트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수입사인 J로지로코 뉴욕의 김정은 홍보팀 대리는 "이 드레스는 영화 상영 이후 단 5일 만에 전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탤런트 김희애씨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 '레베카 테일러'의 카디건을 입고 나오며 30대 중·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되기도 했다.

김 대리는 "테일러는 얼마 전 쌍둥이를 출산하고 3일 만에 컬렉션 준비를 하는 등 열정적인 디자이너"라며 "엄마로 거듭나면서 더욱 아름답고 원숙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가을·겨울 시즌의 테마는 '빅토리안 스타일'"이라며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한층 고급스러워진 세부 장식의 조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