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에 사는 저스틴 밀로로(32)는 출근 복장이 독특하다. 아무리 더워도 긴 팔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목엔 붕대를 감는다. 귓불에는 밴드도 붙인다. 모두 몸의 문신을 가리기 위한 작업이다. "문신을 감추든 직장을 그만두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출근 첫날 밀로로가 사장으로부터 들은 꾸지람이다.

몇 달을 참고 견디던 밀로로는 결국 복장 규정이 느슨한 직장으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미국 내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문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예전엔 문신이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문신한 직원은 안 뽑으면 그만이었다. 문신한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아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사정이 바뀌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문신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시카고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이 지난해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1~32세 미국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어도 1개 이상의 문신을 했거나 귀고리 이외의 피어싱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신한 사람을 모두 빼고 나면 직원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복장 규정을 완화하기도 어렵다. 당장 고객의 반발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아동 보육 시설인 로스앤젤레스의 '텀블위드 데이 캠프'가 대표적인 케이스. 어린이를 상대하는 젊은 직원들의 문신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캠프의 존 베이트너 소장은 "10년 전만 해도 문신한 직원은 전체의 5%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20%에 육박하고 있다"며 "120명이나 되는 직원을 문신없는 사람들로만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베이트너 소장은 고육지책으로 문신을 하더라도 해골 등 공격적이고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문양은 피하고 배꼽이나 혓바닥 피어싱은 업무 중 모두 빼놓도록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반발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예전엔 신경쓰지도 않던 사원들의 복장 규정에 공을 들이는 기업들도 늘었다. 고소득층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대형 로펌이 대표적. 이들 로펌은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새롭게 도입,문신 등 눈에 거슬리는 치장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사법기관도 마찬가지. 코스타메사 경찰서는 4년 전만 해도 복장 관련 규정이 필요치 않았으나 최근 '한 개씩의 귀고리를 제외하고 정복 착용시 어떤 문신이나 피어싱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준수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에 파병됐던 인력들이 몸에다 온통 문신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젊은 시절의 문신을 지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문신 제거 업소인 '닥터 태토프(Dr. Tattoff)'의 제임스 모렐 사장은 "고객의 약 20%는 좀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문신을 없애는 레이저 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