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는 절대로 못 받아들인다. 더이상 교육부 얘기 안 듣겠다."(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6일 2008학년도 정시모집의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30%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고 나서자 대학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들은 김 부총리가 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조찬모임에서 밝힌 "단계적으로 매년 내신 반영비율을 높인다는 전제하에 올해 입시는 대학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2일 만에 뒤집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반영비율 30%'의 수용 여부를 놓고 대학과 교육부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은 4일 대교협 지도부와 김 부총리 회동 이후 교육부의 입장을 존중,"지난해보다는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의견을 잇따라 밝혔다.

하지만 6일 교육부가 제시한 내신 실질반영비율 30%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학은 내신의 등급별 점수 차이를 좁히는 방법으로 내신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대교협 회동 이후 교수들과의 회의를 통해 내신 실질반영률을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10% 후반대로 정했다"며 "하지만 30%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치"라고 말했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30%가 적절한 수치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대신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를 등급별로 다르게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여러개 등급을 묶어 만점 처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등급별 점수 차이를 어떻게 할지는 좀 더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내신 실질반영률을 올리려고 하던 차에 30%라는 구체적인 선을 제시하니 많이 부담스럽다"며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겼으면 좋았을 것을 기준을 제시해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의 방침 표명으로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욱 외국어대 입학처장은 "원래는 15% 선에서 조정하려고 했었는데 오늘 발표로 30%까지 올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등급 간 점수 차이 조절을 통해 내신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율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여러 개의 등급을 묶어 만점 처리하는 것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정부와 협의를 통해 내신 문제를 해결하려던 서울대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울대는 설령 제재가 내려지더라도 내신 1·2등급을 묶어 만점 처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기존 대입안을 수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은 처음부터 50%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육부의 추가 발표와 상관없이 지키겠다"며 "내신이 가장 강화된 안이 서울대 방안인 만큼 1·2등급을 묶어 만점 처리하는 방안은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학에 내신 실질반영률 30%를 요구함에 따라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대학들에 대한 행정 및 재정적 제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육부는 8월 말까지 개선 입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제재를 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대학의 내신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별도의 위원회가 구성되는 만큼 교육부 방침을 따르지 않는 대학에는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로 서울대와 고려대 등 일선 교수들의 반발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학 교수들은 '내신대란'과 관련해 성명서 발표 등 집단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