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철 분양시장이 이처럼 이례적인 관심이 쏠리는 배경은 정책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9월부터는 현행 추첨제 방식의 청약제도가 30년 만에 가점방식으로 전면 개편돼 무주택자에게 당첨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

또 10년간 지속돼온 분양가자율화 시대가 끝나고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돼 지금보다 아파트 분양가가 15~20% 이상 내려갈 전망이다.

하지만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면 오히려 당첨확률이 낮아지는 수요자가 수두룩한 데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는 만큼,9월 이전 현행 공급방식에서 막차를 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체들 역시 원하는 가격을 받고 분양하는 마지막 시즌을 겨냥,보유 물량을 대거 쏟아내며 사활을 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알짜 신규 분양단지 풍성

올해 7~8월 수도권에 선보일 것으로 추산되는 분양물량은 약 4만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4배가 넘는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통적으로 여름 비수기에 분양을 기피했던 건설업체들이 올해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하반기 사업일정을 당겨 분양을 서두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입지여건이나 품질도 비수기라는 통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여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남양주 진접과 양주 고읍에서는 1차 분양물량으로 각각 5927가구와 3474가구의 아파트가 동시에 쏟아진다.

두 곳 다 택지지구여서 도로·공원·학교·생활편의시설 등이 계획적으로 갖춰지는 만큼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 인프라가 구축될 예정이다.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수도권 남부는 이달 용인 동천동에서 분양하는 삼성 래미안 2394가구,상현동에서 현대 힐스테이트 860가구 등이 관심을 끈다.

다만 용인시의 분양승인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어 분양시기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흥덕·보라지구에서도 타운하우스와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 고양시 행신동에서 주공이 608가구를 분양하며 경기 안성시 공도읍에서는 벽산건설이 1422가구 규모의 메머드급 단지를 쏟아낼 계획이다.

◆가점제 불리한 사람 막차 노려야


9월부터는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는 등 청약시스템이 10년 만에 전면 재편된다.

특히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 아파트나 평수가 큰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한 실수요자(교체 수요자)는 7~8월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행 분양시스템으로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가운데서도 가점제 점수가 낮은 신혼부부 등의 경우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앞으로 10년가량 기다려야 하는 만큼 이번 분양시즌을 노리는 방법을 검토할 만하다.

특히 이번 분양시즌에 선보이는 아파트는 현행 분양가자율화 시대에서 공급되는 마지막 물량이다.

함영진 실장은 "분양가상한제에 비해 분양가가 높다는 게 단점이지만 아파트 마감이나 조경 등의 품질은 그만큼 뛰어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장기 무주택자 등 가점제 고득점자는 9월 이후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기다려 느긋하게 청약하면 된다.

당첨확률이 높은데다 똑같은 아파트라도 지금보다 싼 값에 분양받을 수 있어서다.

◆기존 아파트도 노려볼 만


청약가점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9월 이후를 기대하기 힘든 수요자라면 신규 분양물량 외에 기존 아파트를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와 대출규제 강화에 따라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 급매물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 가운데는 준공된 지 5년을 넘지 않은 6억원 미만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분양가 자율화 시대에 지어져 평면·마감재 등 가격·품질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투기지역 내 6억원 미만 아파트는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미분양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5~7년으로 강화돼 갈수록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수도권 주택공급 실적이 목표치의 60~70%에 그쳤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들 아파트가 본격 입주하는 내년부터 2~3년간 주택 수급불안이 가중돼 집값이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주택공급 부족은 분양시점보다 입주시점이 집값을 더 밀어올리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