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巖 < 홍익대 교수·경제학 >

대선(大選)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검증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비리 의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범여권 후보들이 가시화되면 후보자들 간 정책 검증도 뜨거워질 것이다.

차기 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으므로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 성장률이 연 4% 수준에 그치면서 일자리 부족과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사십오세면 정년)'의 고통을 겪었으므로 차기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邁進)할 것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후보들의 경제정책이 집중적 검증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대한 검증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증보다 훨씬 어렵다.

국민들이 경제 활성화를 원하면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임을 보이려 할 것이고,그만큼 정책 검증이 어려워진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7% 신성장'을 공약했다.

지식정보산업,개인 및 공공서비스 등에서 25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북방 특수(特需),시장의 효율성 제고,사회적 갈등 비용의 최소화로 7%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쟁 상대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6% 경제성장을 공약했으며,국민들은 성장과 분배를 모두 개선시키겠다는 노무현 후보의 야심찬 공약을 신뢰하고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참여정부 기간 중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직후의 5년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대외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도 아니고,특별한 위기를 겪은 것도 아니었으므로 결국 공약이 허구였다고 하겠다.

경제적 진보정책을 추구하면 성장과 분배가 모두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노사화합이나 사회갈등 해소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동북아·북방 특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성장이 부진해지면서 고용사정과 분배도 악화됐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하려면 '제3자'에 의한 '객관적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미 많은 시민단체들이 나름대로 정책 검증을 하겠다고 준비하고 있고,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한국경제학회도 학회 차원의 정책 검증을 고려하고 있다.

많은 연구기관들은 우리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4%대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 4% 수준의 경제성장을 했으니 잠재성장률이 4%대로 추정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주요 후보들은 모두 7% 경제성장을 공약하고 있다.

아직 범여권 후보의 정책 공약이 가시화되지 않았으나 범여권 후보들도 6% 이상의 성장을 공약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부족과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감안할 때 현재의 연 4%대 잠재성장률을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약하는 후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비책을 제시할 것이므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검증해서 지금의 저성장 추세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경제성장률을 6% 이상으로 높이려면 '개혁'보다는 '혁신(革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혁'과 '혁신'을 구분하려 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대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혁신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며,패자를 위하여 승자의 창조적 활동을 방해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현재 투자가 극도로 부진한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가들의 혁신활동이 각종 제도적 장애로 정체(停滯)됐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 선진화의 동력(動力)을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활동'에서 찾으면서 공공정책을 정비해 나가는 대통령을 선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