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로 금융산업 빅뱅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투자은행의 첨병 역할을 할 금융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어서 투자은행 변신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투자은행 부문 인력은 7월 초 현재 1230명으로 미국 골드만삭스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미국 3대 IB 중 하나인 메릴린치에 비해서도 1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자통법 시행에 대비,외부 스카우트나 내부 선발 등을 통해 IB인력을 대폭 확충한 게 그 정도다. 특히 IB의 핵심 분야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자기자본 투자(PI) 등을 전담하는 인력이 부족하다. 첨단 금융상품을 설계할 인력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자통법이 2009년께 출범하면 금융상품에도 포괄주의가 도입돼 사실상 증권사가 못파는 상품이 없어질 정도로 금융상품이 다양해진다"며 "증권사들이 이에 대비해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개발 전문가가 국내에는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신규 사업 쪽에 진출하려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포기한 사례도 있다. 최근 장외파생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상품 구조를 설계하는 전문가는 대부분 외국계에 포진해 있고,국내 증권사는 외국계가 만든 ELS 상품을 단순히 가져다 파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 인력 확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쉽지 않다.

특히 상당수 증권사들이 외국계로부터 쓸만한 인재를 스카우트하려 하지만 턱없이 높은 비용 부담으로 포기하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자체 IB 인력 양성에도 나서 보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에는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는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다. 금융인력 양성을 책임져야 할 정부도 두손을 놓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라며 "금융 전문가 육성 없이는 정부가 꿈꾸는 아시아 금융 허브는 물론 세계적인 투자금융사 출현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