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시대 … 금융전문가가 없다] <上> 빈약한 국내현실 … 모건스탠리 30명 달라붙는 M&A 국내선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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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증권사는 연초 올해 신규 사업으로 신용파생과 이자율연계파생 등 신종 파생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짰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롭게 떠오를 분야로 이미 미국 뉴욕 월가 등에서는 보편화된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반년이 넘도록 아직 상품 설계조차 못 하고 있다. 이 분야를 아는 내부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국내 증권사에선 원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계에 수소문해봤지만 턱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한 까닭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H증권사는 시장이 급속히 커가고 있는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찾다가 업계에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학계에서 금융공학 전공자를 두 명 뽑았다. 하지만 이들은 업계 네트워크가 없는 데다 실전 경험도 전무해 채용한 지 4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IB 핵심인 M&A를 5명이 추진?
인수·합병(M&A) 자문은 투자은행의 핵심 분야다. 대규모 M&A의 경우 매수자나 매도자 측 주간사를 맡을 경우 많게는 수백억원의 수입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선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해 통째로 인수에 나서기도 한다.
단순 수수료를 받는 기업공개(IPO) 주선 등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국내 10대 증권사 중 한 곳인 모증권사는 M&A팀 인력이 불과 5명이다. 그것도 관련 분야 경력이 평균 3년도 안 된다. 국내에서 M&A 거래를 많이 하는 모건스탠리의 경우 한번 M&A 매물이 나오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베테랑급 전문가까지 동원돼 보통 30여명이 달라붙는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자기자본투자(PI)도 마찬가지다. 돈 되는 분야에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해 '하이 리턴(고수익)'을 노리는 PI도 투자은행들의 주력 사업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PI 분야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인 8000여명에 달한다. 아시아 지역 PI 담당자만도 최소 5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10대 증권사 PI팀 인력은 50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 PI 인력은 대부분 초보자다.
◆오히려 빠져나가는 인재
외부 인재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증권사에 오랫동안 몸담은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모증권사의 경우 과거 M&A팀장을 맡으며 굵직한 거래를 여러건 따냈던 베테랑 J씨가 얼마 전 모인터넷기업 금융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증권사의 경우 2년 전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신입사원을 뽑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설계쪽 전문가로 키워놨더니 올초 외국계로 이직해버렸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붙잡으려 했으나 스카우트해간 외국계 증권사에선 직급을 무려 세 단계나 높인 부장급 대우를 해주는 조건이어서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뭔가
평가나 보상체계 미비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은행 사업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는 내부 역량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충식 SK증권 IB본부장은 "월급이야 많이 벌면 많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리스크가 큰 IB사업을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이나 투자마인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자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K증권사의 경우 IB쪽 사업을 진행하려면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줄 아는 리서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애널리스트 몇 명을 교차 발령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투자금융가 양성이 아니더라도 투자은행 분야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인력 수급 파악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향후 자통법이 시행될 경우 투자은행 분야 필요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기초조사도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롭게 떠오를 분야로 이미 미국 뉴욕 월가 등에서는 보편화된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반년이 넘도록 아직 상품 설계조차 못 하고 있다. 이 분야를 아는 내부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국내 증권사에선 원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계에 수소문해봤지만 턱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한 까닭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H증권사는 시장이 급속히 커가고 있는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찾다가 업계에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학계에서 금융공학 전공자를 두 명 뽑았다. 하지만 이들은 업계 네트워크가 없는 데다 실전 경험도 전무해 채용한 지 4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IB 핵심인 M&A를 5명이 추진?
인수·합병(M&A) 자문은 투자은행의 핵심 분야다. 대규모 M&A의 경우 매수자나 매도자 측 주간사를 맡을 경우 많게는 수백억원의 수입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선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해 통째로 인수에 나서기도 한다.
단순 수수료를 받는 기업공개(IPO) 주선 등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국내 10대 증권사 중 한 곳인 모증권사는 M&A팀 인력이 불과 5명이다. 그것도 관련 분야 경력이 평균 3년도 안 된다. 국내에서 M&A 거래를 많이 하는 모건스탠리의 경우 한번 M&A 매물이 나오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베테랑급 전문가까지 동원돼 보통 30여명이 달라붙는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자기자본투자(PI)도 마찬가지다. 돈 되는 분야에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해 '하이 리턴(고수익)'을 노리는 PI도 투자은행들의 주력 사업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PI 분야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인 8000여명에 달한다. 아시아 지역 PI 담당자만도 최소 5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10대 증권사 PI팀 인력은 50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 PI 인력은 대부분 초보자다.
◆오히려 빠져나가는 인재
외부 인재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증권사에 오랫동안 몸담은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모증권사의 경우 과거 M&A팀장을 맡으며 굵직한 거래를 여러건 따냈던 베테랑 J씨가 얼마 전 모인터넷기업 금융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증권사의 경우 2년 전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신입사원을 뽑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설계쪽 전문가로 키워놨더니 올초 외국계로 이직해버렸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붙잡으려 했으나 스카우트해간 외국계 증권사에선 직급을 무려 세 단계나 높인 부장급 대우를 해주는 조건이어서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뭔가
평가나 보상체계 미비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은행 사업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는 내부 역량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충식 SK증권 IB본부장은 "월급이야 많이 벌면 많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리스크가 큰 IB사업을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이나 투자마인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자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K증권사의 경우 IB쪽 사업을 진행하려면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줄 아는 리서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애널리스트 몇 명을 교차 발령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투자금융가 양성이 아니더라도 투자은행 분야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인력 수급 파악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향후 자통법이 시행될 경우 투자은행 분야 필요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기초조사도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