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씨 및 김씨 소유의 다스가 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극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도부가 9일 고소 취하를 요구한 데 대해 이 전 시장 캠프 내에선 찬·반이 엇갈려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진실은 이 전 시장 측이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지도부 "해괴망측 행동"＝당 지도부가 이 전 시장 측에 '고소 취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집안 싸움에 검찰을 끌어들일 경우 의도하지 않았던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권 차원에서 악용할 여지를 줄 수 있다.

또 의혹 가운데 일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 유력 대선주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강재섭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이 전 시장 측을 강력 비판한 발언에 이 같은 뜻이 담겨 있다.

강 대표는 "우리의 운명을 (검찰의) 칼날에 갖다 대놓고 '알아서 해주십시오' 하는 것이나 같다. 해괴망측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소한) 캠프가 정신 나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당 공작정치저지범국민투쟁위원장도 "검찰은 결코 집권세력과 독립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이 전 시장 측을 향해 고소·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상황 더 지켜보자"＝이 전 시장 측은 상당히 난감한 표정이다.

고소를 취하할 경우 "뭔가 잘못이 있어 그런 것 아닌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는데,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캠프는 이날 여러 차례 회의를 갖고 소 취하 수용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수용 찬·반이 맞서 논란이 벌어졌다.

찬성파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상처만 받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파는 "네거티브 방지책이 없는 상황에서 취하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넘어가자"고 반박했다.

결국 이 전 시장 측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상황을 더 지켜본 후 소 취하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캠프에서 (취하) 방침을 정한다면 거스르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해,소 취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일방적인 고소 취하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소를 취하한다면 땅 판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등 문제가 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이 후보가 반드시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