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이 독일 현지의 브라운관 유리기판 공장을 철수한다.

이는 LCD와 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에 밀려 브라운관TV가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최근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에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지시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삼성이 브라운관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코닝 관계자는 9일 "최근 브라운관TV와 모니터용 유리기판을 생산하고 있는 독일 체르니치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며 "이 같은 방침을 현지 종업원평의회(노사협의회)에 알리고 생산중단에 따른 차후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일 공장 철수는) 유럽시장이 PDP와 LCD 등 평면TV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컬러브라운관(CRT) 유리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삼성코닝 독일공장은 1994년 독일 FGT사를 인수해 설립됐다.

브라운관TV와 모니터 등에 쓰이는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4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공장의 한 해 매출은 삼성코닝의 브라운관 유리기판 매출 가운데 7~8%에 달한다.

현재 삼성코닝은 독일공장을 시장경쟁력이 있는 빅슬림 브라운관용 유리기판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는 독일공장 철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유럽 TV시장이 LCD TV와 PDP TV 중심으로 바뀐 데다 삼성코닝으로부터 브라운관용 유리기판을 구매하고 있는 현지 세트업체들이 올해 초 대거 독일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코닝으로부터 유리를 사들이던 삼성SDI가 2005년 독일에서 철수했다.

여기에 브라운관TV의 주요 수요처가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라는 점에서 삼성코닝이 독일공장을 빅슬림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코닝 관계자는 "독일공장 폐쇄 여부는 현지 종업원평의회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독일이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 공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코닝의 이번 독일공장 철수는 2005년 110억원의 영업손실,지난해 5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2년간 계속된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사업재편 전략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삼성코닝은 지난해 경기도 수원사업장에 있던 브라운관용 유리기판 라인 2곳을 철수했다.

업계는 삼성코닝의 독일공장 철수가 삼성그룹 내 브라운관 사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브라운관TV △삼성SDI-브라운관 모듈 △삼성전기-편향코일 등 브라운관 부품 △삼성코닝-브라운관용 유리기판 등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기는 2005년부터 2년간 해외법인의 브라운관 부품 생산을 중단하는 구조조정을 완료한 상태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