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동지'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감정은 틀어질 대로 틀어졌고,사용하는 언어도 시장통 막말 싸움에 가까운 지경이다.

"허위 폭로로 표를 도둑질할 수 있다는 구태 정치를 끊어야 한다" "한 방에 보낼 줄 알았는데 열 방 스무 방에도 안 넘어가니 초조한 모양" "적의 칼을 빌려 아군의 장수를 겨냥하는 것도 모자라 적의 칼에 독극물까지 묻히겠다는 심산"(이 전 시장 측)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직·간접으로 개입돼 있다면 친인척 측근 비리에 잘 준비된 후보" "정당하고 근거 있는 공개 질의를 네거티브라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가장 악질적인 네거티브" "상종하지 못할 인간들"(박 전 대표 측)

양측 간 싸움이 이렇게 격화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둘 중 하나만 낙마하면 대통령 자리는 떼논 당상처럼 보인다는 점이 1차적 요인이다.

양 캠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자칫 내년 공천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싸움을 키우는 촉매제다.

양 캠프 모두 전국의 기초 단위까지 조직을 갖춰 놓고 전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완전히 두 당이 된 것 같은 양상이다.

두 사람의 '치킨 게임'이 언제,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던 차에 마침 검찰이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검찰이 편파·왜곡 수사를 하거나 수사 기간을 질질 끌면서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면 이번이 지겨운 치킨 게임을 끝낼 수 있는 호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시장이 거짓말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될 경우 그 자신이,그동안의 모든 의혹 제기가 근거 없는 음해였음이 드러날 경우 박 전 대표가 '상응한 책임'을 지는 조건이라면 훨씬 생산적이고 공평하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든 국민을 속이려 했던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후보 사퇴와 정계 은퇴뿐이라는 점을 두 후보가 받아들일지,또 검찰 조사 결과를 온전히 인정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김인식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