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사업'을 시작한다.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돼 있는 저소득 계층들에 담보 없이 창업 및 운전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하기는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9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 규모의 '하나희망펀드'를 조성,소기업 창업과 경영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공익재단과 별도로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펀드운용과 금융지원을 담당하고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는 대출 신청 및 심사를 맡게 된다.

대출 대상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창업 희망자나 사업성이 충분한 데도 사업 자금 등이 부족해 기존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소기업 등이다.

김 행장은 "7~8%의 예상 부실률과 대출자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해 대출 금리를 연 3~4%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출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하되 대출금액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출금액이 많으면 장기로 빌려주고 대출금액이 적으면 만기를 1년 이하로 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농업 소기업이나 문화예술 소기업처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만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 어려운 곳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은퇴자 청년실업자 주부 등이 대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또 대출과 동시에 상품디자인,마케팅 및 법률 자문,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등 밀착지원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이 은행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소기업이 탄생하면 은행 소호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대상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3년간 조성되는 펀드 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이에 대해 "현재 대출신청자 수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향후 사업의 진척상황을 봐가며 기금을 추가로 출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