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공동협상단이 9일 정부 측에 제시한 단체교섭 요구 사항은 보수 및 수당,제도 개선,복리후생 등의 분야에서 362개에 달했다.

특히 원로수당 신설,고시제도 폐지,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중단 등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 사항도 상당수 포함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요구 사항의 절반 이상이 법 개정 등과 관련돼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협상이 가능한 임금 및 복지후생 부문에서 정부가 노조의 요구 사항을 선뜻 수용할 경우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 노동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던져 놓고 보자' 식의 교섭안 제안

노조 공동협상단에는 공노총 등 모두 39개의 정부 부문 노조가 들어가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공무원,교육기관 행정직 등 같은 공무원이지만 이해관계가 다소 다를 수 있는 당사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날 노조가 362개에 달하는 협상 요구 사항을 무차별적으로 정부에 제시한 것은 이 같은 복수 노조의 입장이 복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 및 노동 전문가들은 이처럼 던져 놓고 보자는 식의 교섭안 제안은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같은 협상 방식이 계속될 경우 최대 공무원 노조 조직 중 하나로 '불법단체'를 고수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배제된 전국공무원노조까지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들어온다면 제대로 된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현실적 교섭 내용 상당수 포함

대표적인 내용이 '공무원 임금의 공기업 수준 인상 추진'이다.

공무원 노조는 지금 공무원 임금이 공기업의 70%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공무원 임금을 단계적으로 30%포인트 더 올리겠다는 게 노조의 구상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처럼 공무원 임금을 올리면 정부 예산은 파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수당도 마찬가지다.

노조 측은 55세 이상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6급 이하 공무원에게 월 5만원의 원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민원창구수당을 월 10만원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강수당 월 10만원,대도시근무자 생계수당 5만원,각급 학교 행정실장 직책수당 10만원,공무원 위험수당 8만원,각 교육기관 근무 교직원수당 25만원 등 다양한 수당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원활한 학교급식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 교장·행정실장,영양사,행정직원 등을 위해서는 급식업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퇴직 예정 공무원의 공로보상 차원에서 국내외 문화유적지 시찰에 필요한 경비를 500만원 지급하라는 내용도 있다.

무주택 공무원을 위해 무이자로 전세자금을 지원하거나 임대주택을 건립하고 주택마련자금을 장기 저리로 지원해줄 것도 요구했다.

특히 고시제도를 폐지하고 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지방 전출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은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의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학 행정처·실장을 직원 중에서 임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노조 측 요구 사항 중 187건은 정책결정 등과 연관이 있는 비교섭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