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을 오픈마켓(온라인 장터)과 동일선상에 놓고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오픈마켓을 '1차 타깃'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전소법) 개정의 여파가 중개영업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포털사이트로 번지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9일 "포털 사이트는 현행법으로도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고 밝혀 포털에도 오픈마켓과 동일한 수준의 중개 책임을 부여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즉 대형 포털이 '바로가기(링크)' 방식으로 소개한 중소인터넷몰에서 거래 사고가 일어나면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연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털 어떻게 돈 버나

포털은 그동안 상품 검색,인터넷몰 가격비교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와 인터넷몰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네이버 지식쇼핑''다음 쇼핑하우'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내비게이션'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제품 목록,판매 사이트,가격 등이 검색 결과로 뜨게 된다. 네티즌이 그 중 마음에 드는 모델의 사양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바로가기를 클릭하면 해당 인터넷몰 사이트로 연결되고 포털은 10~500원가량의 연결 수수료를 인터넷몰 사이트로부터 받는다. 고객을 끌어들여 준 데 대한 '알선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또 포털을 통한 사이트 방문이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면 포털은 1~5%가량의 판매수수료를 거둬들인다. 사실상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과 비슷한 중개영업을 하는 셈이다.

2004년 가장 먼저 '지식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중개 영업을 시작한 네이버는 지난해 이 같은 방식의 영업으로 401억원을 벌어들였다. 다음 네이트 등도 각각 전체 매출의 5~20%씩을 중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포털은 "상품 주문 배송 및 환불의 의무와 책임은 각 판매 업체에 있다"는 약관을 들어 거래 사고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고 있다. 포털의 검색 결과를 믿고 해당 사이트를 방문했더라도 구매 결정은 네티즌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링크에 대한 책임져야

하지만 전소법이 개정되면 인터넷 포털이 유령 쇼핑몰로 가는 바로가기를 제공했다면 거래 사고에 대해 오픈마켓 등과 똑같은 책임을 지게 된다.

공정위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이번에 책임 강화가 검토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유형을 △오픈마켓 △포털사이트 △가격비교사이트 △통합 포인트제공 사이트 등 네 가지로 분류해 놓고 있다.

TF 내부 논의 자료에서 공정위는 "포털 사이트가 검색 가격비교 등과 같은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고 판매액에 대한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소비자와의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고 처리하는) 중개 업무와 관련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털의) 손해배상 책임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책임 강화 방안에 대해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중개업자로서의 책임이 강화되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이트를 하나하나 확인해 검색 결과에서 수작업으로 배제시켜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