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트렌드가 거세지면서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회색 이미지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환경 사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IT 기업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미국의 인텔,휴렛팩커드(HP),인터내셔널비즈니스머신,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 등이 환경 사업에 적극적인 IT 기업으로 꼽혔다.

IT 기업들이 환경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회사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도 환경 기준에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 기업의 투자책임자들 대부분이 환경 관련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P에서는 지난 하반기 환경과 관련한 소비자 요구사항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은 2005년 한해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 사업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총 6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팻 티어넌 사회환경 담당 부사장은 이 같은 요구사항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IBM은 지난 5월 '프로젝트 빅 그린'이라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정보 기술 분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1년에 10억달러를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IBM은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몇 달간 녹색 사업에 동참을 표시한 기업들은 더욱 많다. 델은 컴퓨터를 한 대 살 때마다 나무 한 그루씩 심자는 소비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컴퓨터 구입 때마다 기업과 소비자가 일정액을 조림사업용으로 적립하는 식이다. 야후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를 뽑는 대회를 열어 네브래스카주의 헤이스팅스를 뽑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IT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실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문제는 역시 돈. 크리스토퍼 마인스 포레스트 리서치 분석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업계 인식은 확실하지만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IT 기업들이 가장 유망한 친환경 사업으로 고효율 서버 개발을 꼽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텔과 HP 등은 기존의 것보다 전기를 덜 쓰는 서버와 관련 장치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처리할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감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친환경 사업에 비해 수요가 확실하다. 투자자를 설득하기에 좋은 여건인 셈이다.

엔비즈니어링 그룹의 리처드 도허티 리서치 담당자는 최근 조사 결과 소비자의 7~11%가 자신을 친환경 소비자라고 칭했으며 이 같은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소비자에게 '녹색 기업'으로 다가서려는 IT 기업의 노력도 더욱 다각화될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