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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김우중과 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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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權永喆 < 영남대 교수·국제경영학 >

    한국 남자 프로골퍼의 자존심인 최경주 선수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 근교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내셔널에서 우승하는 쾌거(快擧)를 올렸다.

    PGA 통산 6승을 거둔 최 선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에만 총 324만3629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며 타이거 우즈와 비제이 싱,필 미켈슨에 이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이제 'K.J.CHOI'라는 이름은 골프 애호가들에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최경주 선수의 성공은 우리 기업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은 세계 도전정신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남자 프로골프에 세계시장은 불모지(不毛地)와 다를 바 없었다.

    최 선수가 미국 PGA 무대에 도전하려고 할 때 대부분의 국내 프로골퍼들은 "미국이란 메이저 투어에서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한국이나 아시아 투어에서 닭의 머리가 되는 게 낫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경주 선수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 정신으로 세계 시장 문을 두드렸다.

    물론 언어나 투어장소 이동 등에서 장애물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 최 선수는 우승소감을 영어로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달라졌다.

    그의 별명 '탱크'처럼 온갖 장애물에 굴복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다.

    이러한 세계 도전 정신이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우리 기업 모두에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시장 개척 정신의 효시는 사실상 대우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우는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뿐 아니라 선진국 기업들조차도 외면하고 있던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러시아와 중앙아시아,그리고 인도와 아프리카 등 그야말로 세계경쟁의 불모지에 진출,선두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비록 나중에 무모한 사업 확장으로 도중하차했지만 대우의 세계시장 개척정신은 그 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계시장 공략에 토대가 됐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세계시장 어느 곳에도 존재하 듯이 국내에서 막혀 있는 우리나라 취업자들에 대한 세계적 수요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최경주 선수는 PGA에서도 알아주는 연습벌레라고 한다.

    그의 신체적 조건은 키가 큰 서구의 프로골퍼 선수에 비해 불리한 게 사실이다.

    최 선수는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연습량을 통해 극복했다.

    단적인 예가 최경주 선수의 샌드 세이브율(벙커에서 친 샷으로 파를 잡은 확률)이 PGA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신체적 조건과는 상관없는 노력의 결과다.

    이번 대회 최대 승부처도 사실 17번 홀에서의 벙커샷 버디였다.

    최경주 선수의 또 다른 장점은 다른 유명 외국 선수에 비해 스윙 폼이 간결하면서도 드라이브 샷 거리는 PGA 평균 이상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아마 이는 페어웨이가 좁게 설계된 세계적인 PGA 대회 골프장에 맞추기 위한 최 선수의 끊임 없는 노력의 산물로 보인다.

    우리기업들도 해외시장에서 통하기 위해선 국내 시장이 아니라 현지 실정에 맞는 자신만의 주특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해외 취업을 생각하는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최경주 선수가 단번에 세계적인 프로골프 무대를 점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국내와 일본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후 유럽과 미국 PGA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즉 국내 챔피언과 동양 챔피언을 거쳐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다.

    최근 위성미 선수의 남자 PGA 대회에서의 거듭되는 실추된 모습을 보면 그 도전 정신은 높이 살 만하나 너무 과욕(過慾)을 부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LPGA에 전념해 우승을 거둔 후 남자 PGA에 도전하였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이는 해외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에도 필요한 전략이다.

    물론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은 국내시장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수도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과욕을 버리고 착실히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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