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새벽 1시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의 서울 종각점.밤 12시를 훨씬 넘긴 시간인데도 매장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매장은 지난달부터 저녁 10시로 돼 있던 마감시간을 '24시간' 운영체체로 바꿔 영업 중이다.

같은 시간,서울 이화여대 입구의 헤나미용실도 머리를 손질하러 온 젊은 여성들이 속속 찾아들었다.

한밤중에도 문을 여는 24시간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화에 따라 외국 시간에 맞춰 일하는 금융권 등의 야간 근무족과 활동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등 자유직업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심야 이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동인구 많은 상권,24시간 영업 붐

술집과 찜질방 등에 편중돼 있던 24시간 업종이 최근 외식점,미용실,영화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태훈 롯데리아 종각점 매니저는 "회사와 학원,유흥상점 등이 몰려 있는 상권 특성상 저녁엔 식사를 하는 손님이,새벽엔 술 마시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먹기 위해 들르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금요일과 주말 밤에는 유동인구가 낮에 비해 곱절 이상 늘어나 24시간 영업체제로 바꿨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 개시 이후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올랐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말부터 영업시간을 점포별로 자유화,전국 750여개 매장 중 30여 곳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 신촌 일대에는 '24시간 영업' 간판을 내건 미용실이 몰려 있다.

저녁 일정을 끝낸 직장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김미경 헤나미용실 사장은 "저녁 9시 이후 고객들이 원할 때에는 미용실 차로 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현재 이대역 주변에만 24시간 미용실이 10여곳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영화관도 있다.

서울 동대문 을지로6가의 '엠엠씨' 영화관은 오전 8~9시 한 시간만 휴관하고 23시간 내내 영화를 상영한다.

주로 쇼핑을 마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오는 젊은 층과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동대문 상인 등이 주 고객층이다.

김철 엠엠씨 홍보팀 과장은 "주변의 쇼핑몰들에 들른 뒤 심야영화를 보러 오는 고객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동대문점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엠엠씨 영화관도 앞으로 24시간 상영체제로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도 24시간

저녁시간에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도 등장했다.

서울 금호동의 금사 어린이집은 24시간 아이를 돌봐준다.

오전 7시 반에서 오후 7시 반까지 보살피는 데 드는 월 보육료는 16만2000원,다음날 아침까지면 월 24만4000원을 내야 한다.

강국진 금사 어린이집 원장은 "낮에는 전문 보육교사와 함께 공부,야외놀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목욕,책읽기,잠재우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서울시 보육사업과 과장은 "서울시내에 있는 24시간 어린이집은 현재 130개 정도"라며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