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코스피지수 2000을 향한 랠리를 이어가면서 자산운용사(투신)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 호황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몰리자 '실탄'을 확보한 자산운용사들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들은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조선 기계 철강 등 중국 수혜주뿐 아니라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증권 등으로 보유 업종을 다양화하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매수 여력 커진 투신권

투신권은 6월부터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56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3조2799억원 순매도한 외국인과 정반대다.

투신이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선 것은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으로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1주일간 국내 주식형펀드로 1조2410억원이 들어와 주간 기준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해외펀드 유입액(7526억원)을 앞질렀다.

6월 이후 이달 6일까지 투신권은 삼성전자(4787억원) 하이닉스(4239억원) 등 대형 IT주와 삼성증권(3222억원) 대신증권(505억원) 등 증권주,현대차(1855억원),포스코(552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순매수 중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던 5월 하순까지 투신권은 조선 기계 해운 등 중국 관련주를 사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IT주를 주로 팔아야 했었다"며 "그러나 최근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투신권은 삼성전자 등 IT주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혜준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투신권이 6월 말부터는 운수창고 보험 철강금속 건설 등으로도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투신이 당분간 시장흐름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심 종목

주요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시가총액에 비해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낮았던 저평가 종목을 매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조선 기계 증권 등 기존의 주도 업종 외에 저평가된 은행 IT 등도 관심의 대상이란 설명이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은행주와 통신주,한전 등으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이전까지 중국 관련주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찾은 후에는 증권주와 IT주 등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이나 조선 기계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IT와 자동차 등의 비중을 늘리는 기관이 증가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와 조선 건설 업종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윤식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앞으로는 여러 섹터에서 상승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기관들이 다양한 업종을 매수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은행주나 확실한 실적 재료를 갖고 있는 중공업주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해영/김남국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