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이래서 비싸다] (中) 눈덩이 유통마진‥쇠고기 할인점 마진 최고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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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선 50만원,도매시장에선 27만원.10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한우 매장과 마장동 쇠고기 도매시장에 적힌 한우 등심(5㎏·1+등급) 판매가격이다.
배 가까운 편차다.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당 평균 3만2000∼3만5000원,150g으로 환산해 6000원꼴인 2등급 등심을 서울 명동의 한 유명 음식점에서는 5만원에 팔고 있다.
무려 8배의 차이다.
백화점이나 고급 음식점은 나름의 브랜드 관리 비용을 반영해 비싸게 판다고 쳐도,'가격 파괴'를 강조하는 대형 마트에서 쇠고기를 구입하더라도 산지가격의 60% 안팎을 얹어줘야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요즘 축산농가가 성우(成牛) 한 마리를 팔고 받는 돈은 평균 480만원이다.
그러나 우(牛)시장에서 도축과 부위별 가공을 한 뒤 도매시장,중도매인,정육점이나 대형마트를 거치고 나면 부위별 최종 소비자가격 합계액은 750만~800만원으로 껑충 뛴다.
◆소비자가격의 절반은 유통업자들 마진
요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부분 재개되면서 한우값이 제법 낮아졌다지만,아직도 웬만한 소비계층에서는 쇠고기를 사먹기가 여전히 버거울 정도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02년 마리당 530만원이었던 쇠고기값(부위별 정육점 가격 합계액)이 지금은 40% 이상 오른 상태다.
반면 산지 소 출하가격은 5년전 410만원에서 17% 오르는 데 그쳤다.
도대체 쇠고기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으로 전체 쇠고기 공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기본적으로 유통과정에서의 '거품'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축산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02년만 해도 쇠고기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유통마진(대형마트 기준)이 22.9%였으나 지난해 39.3%로 치솟았고,올해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쇠고기 유통과정에서의 거품 발생 경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축산농가에서 480만원에 팔린 성우 한 마리가 육가공 공장으로 운송돼 도매시장으로 넘겨지기 전까지 우선 도축·포장·물류비 등의 명목으로 40만원가량이 든다.
도매시장에서는 520만원에 소 한 마리의 경락가격이 형성되는 것.이후 중도매인은 도매가격에다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을 감안,550만~560만원을 받고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한다.
유통업체는 여기에 인건비와 비용,마진 등으로 산지 가격의 30% 가까운 비용을 얹는다.
결국 산지 소값보다 300만원을 넘나드는 금액이 각종 중간 유통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이처럼 중간 유통비용이 치솟고 있는 데 대해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뭉텅이로 포장 공급받던 예전과 달리 부위별 소포장이 늘어났고 냉장시설 투자 수요도 커졌다"며 "여기에 각종 물류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일정한 마진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대형 유통점포에서 다시 판매될 예정이지만,한우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잡한 유통구조가 단순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농수산물 유통 거품
그밖의 농수산물도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는 마찬가지다.
농산물은 대체로 '산지→도매시장 상장→중도매인→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 등 다섯 단계를 거친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대형 마트가 산지 유통인이나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구입해 유통마진을 낮출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유통 농산물의 1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름에 잘 나가는 오이(백다다기·상품)를 예로 들면 개당 평균 가격 600원 중 282원이 중간 유통비용이다.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도소매상들의 비용과 마진이 덧붙여진 까닭이다.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갈치도 대형 마트에서 마리당(300g) 가격 3310원 중 1000원 정도가 중간 유통 비용이다.
산지 가격에 중매인 마진(3~4%)과 유통업체 마진(15%),물류비(12%)가 붙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 중 하나로 전근대적인 출하방식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형 마트에선 소비자의 구매력과 취향에 맞춰 100~500g 단위로 소포장을 해 팔고 있지만 일반 재배농가에서는 여전히 ㎏이상 대단위 용량으로 농산물을 출하한다.
따라서 대형 마트에선 판매대에 올려놓을 농산물 소량 재포장 인원만 점포당 7,8명을 쓰고 있다.
한 명에 지급되는 일당은 5만원 선.점포당 한 달에 1200만원 정도가 재포장 인건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소비자 가격이 낮아질 수 없는 이유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