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합병,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로 탄생한다.

이에 따라 합병 거래소는 운영 비용이 줄어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으며 세계 거래소 간 인수합병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CBOT와 CME는 9일(현지시간)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간 합병을 승인받았다.

특히 CME와 세계 최대 원유선물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로부터 동시에 합병 제의를 받은 CBOT의 주총에서는 의외로 쉽게 CME와의 합병 안이 통과됐다.

두 회사는 조만간 합병 작업을 완료,시카고 상업 및 상품거래소(CME-CBOT)란 상호로 새출발할 예정이다.

두 회사 간 합병 논의는 작년 10월 시작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유로넥스트 합병 등에 자극받은 CME가 89억달러에 CBOT를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부터다.

거칠 게 없었던 합병 논의는 애틀랜타에 있는 ICE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복잡해졌다.

두 회사 간 경쟁은 지난 6일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CME가 CBOT 주식 한 주와 CME 주식 교환 비율을 종전 1주 대 0.35주에서 1주 대 0.375주로 높이겠다는 제안을 한 반면 ICE는 "더 이상 인수가격 상향은 없다"고 밝혀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최종 인수비용은 119억달러로 결정됐다.

ICE가 끼어들면서 인수가격이 당초보다 30억달러가량 높아진 셈이다.

CME와 CBOT가 합병키로 함으로써 합병 거래소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로 우뚝 서게 됐다.

두 회사의 지난 1,2월 거래 건수는 3억8800만계약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독일 유렉스의 2억6000만계약보다 1억2000만계약 이상 많은 수준이다.

적어도 규모 면에선 당분간 독주 체제를 굳히게 되는 셈이다.

월가에서는 성격상 단순 비교가 힘들지만 거래 계약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합병 거래소가 NYSE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거래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ME와 CBOT의 합병으로 세계 거래소 간 합병 열기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NYSE는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의 통합 거래소인 세계 5위의 유로넥스트를 합병키로 했다.

또 인도 최대 거래소인 뭄바이 증시의 지분 20%도 골드만삭스 등과 함께 인수키로 했다.

세계 3위인 나스닥도 비록 4위인 런던증권거래소(LSE) 인수에 실패했지만 스웨덴 OMX거래소를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CME에 인수된 CBOT는 1848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거래소다.

시카고지역 농부들을 위한 거래소로 시작,주로 농산물과 축산물 등 상품 거래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주가지수 환율 금리 등의 파생상품 거래까지 함께 취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1898년 출범한 CME에 선두 자리를 내줬으며 결국 피인수합병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합병 거래소는 금리 주가 환율 농산물 에너지 날씨 등 상정 가능한 모든 파생상품 거래를 취급하게 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