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로화 위풍당당
달러화와 엔화 대비 유로화가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과 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국제 금융시장을 돌아다니는 화폐량도 이미 달러화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는 가운데 라이벌인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일본은 엔 캐리 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것)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유로화가치는 유로당 1.3740달러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애널리스트 마크 챈들러는 "유로가 1.4달러까지 비싸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유로화가치는 168엔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조금 숨이 죽었지만 강세 기조는 여전하다.

유로화가치가 높아진 일차적인 원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의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에 있다.

작년 유로 지역 경제성장률은 2.7%로 2001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2004년과 2005년 각각 8.8%와 8.6%에 달했던 실업률이 2006년엔 7.7%로 낮아졌고 올해 5월에는 7.0%로 추가 하락했다.

경기 상승은 보통 물가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낳지만 유로존은 이마저도 비켜가고 있다.

올 들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대 후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도 여전하다.

엔화는 '캐리 트레이드'의 표적이 되면서 연일 약세 행진이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연 0.5%)를 8월께 올리더라도 캐리 트레이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도 유로화 매수 대열에 동참,유로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4.2%로 전 분기(64.6%)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199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빈 자리는 유로화가 채웠다.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5.9%에서 26.1%로 높아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화 강세 현상은 최소한 연말 정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들은 결제통화와 수출선을 다변화해 환율 변화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