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네클럽'이 16일 새벽 1시에 영화 '하얀 방'을 방영한다.

'하얀 방'은 임창재 감독의 정준호, 이은주 주연의 스릴러 영화다.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방송국 PD 수진(이은주 분)은 취재차 만난 최형사(정준호 분)를 통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죽음과 그 사건의 단서인 사이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런 가운데 수진에게도 알 수 없는 메일이 날아오고, 수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또한 연인인 방송국 앵커 이석과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 또한 힘들어지고 점점 더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갈등 속에서 수진에게도 죽음의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건의 공통점은 죽은 여자들이 모두 한 사이트에 접속했었다는 것, 그리고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임신한 상태로 죽었다는 것이다.

이런 징후들을 자신에게서 발견한 수진은 곧 죽게 된다는 절박한 공포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1308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게 된다는 내용.

'하얀방'은 '링'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공포영화다.

모성애를 유독 강조하는 면이나 공포의 매개물로 '비디오와 인터넷 사이트'라는 미디어를 택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것들로 인해 여주인공들이 저주에 휘말려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마수와 사투를 벌인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하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터넷 사이트가 아니다.

임창재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낙태'이다.

크게는 낙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배태해낸 불균형적인 사회구조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점은 그의 전작 단편 '눈물'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하얀방' 또한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부각시킨다.

그러기에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들과는 달리 일순간을 휘어잡는 오싹함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기적인 사회구조를 고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격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골적이다.

실험영화 쪽에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적을 둔 임창재라는 감독의 의지와 사고가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여실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뚝심 있는 영화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