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상자들이 요구하는 연봉 수준을 듣고 포기했다.
이 증권사 인사 담당자는 "외국계 서치펌(헤드헌팅사)을 통해 수소문해 봤더니 홍콩에 근무하는 인력 가운데 뽑고 싶은 적임자가 상당수 있었으나 연봉 수준이 최소 3억∼4억원이었다"며 "일부는 근무지를 한국으로 옮기는데 따른 리스크 비용과 자녀 교육비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우트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데다 설사 뽑더라도 국내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중도에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변신을 서두르기 위해 뒤늦게 전문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해외 가릴것 없이 인력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인재 확보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해외 인력 모시기 경쟁
삼성증권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들과 유명 MBA(경영학석사) 대학 등을 돌며 현지 인력 채용에 나섰다. 올해 PI(자기자본투자) 등 IB사업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한 만큼 이번 리크루팅에는 배호원 사장까지 직접 나서 글로벌급 우수인재 확보에 전력을 쏟았다. 삼성은 하반기에 한 차례 더 해외로 나갈 예정이다.
현대증권도 해외 MBA 출신자를 채용하기 위해 6월 한 달 동안 런던과 뉴욕 등을 방문했다. 김지완 사장도 참석,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대증권은 14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고급 인력들은 처우 수준도 문제지만 국내 증권사가 자신들의 경력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며 "이 때문에 실제 스카우트 해와도 1년을 못 버티고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썼다. 파생상품 분야에서 ABN암로 등 외국계와 제휴하면서 시스템 개발이나 상품 설계를 담당하는 외국계 인력의 월급을 우리투자증권에서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외국계의 앞선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간 '빼오기' 경쟁
굿모닝신한증권은 PI팀을 보강하기 위해 최근 대우증권에서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기업심사 분야 전문가로 10년 이상 활약한 손승균 부장을 부서장으로 발탁했다.
NH투자증권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굿모닝신한증권 IB본부장을 지낸 정재호 상무를 부동산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대신증권은 우리CS자산운용 유승덕 상무를 파생금융본부장으로,메리츠증권 IB본부장을 지낸 김현겸 전무를 IB영업본부장으로 각각 스카우트했다.
증권사 이외의 전혀 다른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 부동산펀드나 자원펀드처럼 금융과 실물 간 결합 사례가 확대되면서 실물 쪽 경험자들의 스카우트 사례가 적지 않다. 대우증권은 PI팀에 M&A 전문가와 PEF(사모투자전문회사)전문 회계사,부동산 투자 전문가,AI(대안투자)펀드 운용자,미국 로펌 근무 경력이 있는 회계 전문가,중동과 아프리카 등 해외투자 업무 유경험자 등을 다수 채용했다.
◆내부 인재를 키우자
증권사들의 내부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부 기관 위탁교육이 대부분이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전문가 양성엔 미흡한 실정이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워가려면 외부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내부 인재가 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리스크 부담이 핵심인 IB사업을 벌이면서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있는 한 제대로 된 인재가 자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