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투기 조장' 서울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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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이덕수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장이 "기자들에게 설명할 게 있다"며 급하게 시청 기자실을 찾았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이 마련한 한 특별 강의에 참석해 개발 정보를 흘리는 등 투기를 조장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이 본부장의 브리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력한 감사 의지'보다는 '부하 직원에 대한 변호'로 흘렀다. "서울시가 지난달 14일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해당 공무원들이 미리 외부 강의용 교재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관련 강의 자료들은 이미 지난해 발표된 '시정운영 4개년 계획' 등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마스터플랜 최종본과는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공무원들이 강의 도중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특정 지역을 찍어 주며 "이런 재료를 좀 더 일찍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 한다"며 얼버무렸다.
서울시의 해명을 전해 들은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해당 공무원들의 강의 내용이 얼마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서울시의 자체 감사가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다르다고 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강연에 나서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장·차관들 상당수가 직접 현장을 찾기도 하고,강연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의 내용이 공무원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선 곤란하다. 특히 공무원들이 외부 강의에서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개발 정보를,그것도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흘리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수준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민간 부동산 전문가들도 요즘은 부동산 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이번 특별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의혹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송종현 사회부 기자 scream@hankyung.com
하지만 이 본부장의 브리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력한 감사 의지'보다는 '부하 직원에 대한 변호'로 흘렀다. "서울시가 지난달 14일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해당 공무원들이 미리 외부 강의용 교재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관련 강의 자료들은 이미 지난해 발표된 '시정운영 4개년 계획' 등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마스터플랜 최종본과는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공무원들이 강의 도중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특정 지역을 찍어 주며 "이런 재료를 좀 더 일찍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 한다"며 얼버무렸다.
서울시의 해명을 전해 들은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해당 공무원들의 강의 내용이 얼마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서울시의 자체 감사가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다르다고 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강연에 나서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장·차관들 상당수가 직접 현장을 찾기도 하고,강연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의 내용이 공무원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선 곤란하다. 특히 공무원들이 외부 강의에서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개발 정보를,그것도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흘리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수준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민간 부동산 전문가들도 요즘은 부동산 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이번 특별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의혹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송종현 사회부 기자 scream@hankyung.com